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음산한 분위기의 문장들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미국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의 유명작으로 구성된 단편집을 읽었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붉은 죽음의 가면극],[도둑맞은 편지] 는 모두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다.

[어셔가의 붕괴] 기괴하고 섬뜩함이 문장마다 스멀스멀 뿜어져 나온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여 그런지 인물이 겪는 다양한 공포가 나에게로 전달되는 느낌이 생생하다. 우울함을 덕지덕지 뭍혀놓고 있는 어셔가를 친구 어셔의 요청으로 방문하게 된 '나'는 저택을 마주보며 '무기력'을 경험한다. 절박한 편지를 보내온 어셔는 필체만으로도 흥분한 상태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어릴 적 친구였던 어셔는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며, 집안 내력으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친구였다. 결국은 어셔의 특별한 감수성은 그를 휘몰고 예민함을 넘어 히스테릭하게 만든다. 어셔는 자신의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비밀을 간직하게 되고, 그 비밀 때문에 더 깊은 광기에 빠져든다. 어셔의 처절한 광기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누군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 괴로움을 야기시키는 상대를 저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몸처럼 연결된 그들이라면 상대를 저주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저주하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상대도 자신이 겪는 예민한 괴로움의 원인을 어셔라고 생각하며 그의 죽음을 기원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은 뫼부우스 띠처럼 상대방을 서서히 말라죽이는 집안의 저주를 받은 것이다. 무서운 설정이며, 독특한 설정이다. 다시 한 번 더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한다.

[검은 고양이] 애드가 앨런 포는 젊은 시절부터 알콜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대학에 갓 입학해서는 도박과 술에 빠져 학업을 끝마치지도 못한다. 게다가 이른 나이에 결혼할 만큼 사랑했던 어린 부인이 병으로 죽자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존했다고 한다. 그는 불안하고 힘들 때 술로 상황을 잊으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검은 고양이] 속 서술자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작품 속 '나'는 술을 먹고,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서 분노하고, 술에 취해 자신에게 보내는 고양이의 믿음과 애정을 버거워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고양이를 산채로 목매달아 버린다. 애드가 앨런 포의 글만으로도 알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경험한 것 같은 두통이 느껴진다.

[도둑 맞은 편지] 단편집의 제목이 될 만큼 애드가 앨런 포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훗날 많은 작가들의 귀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엔 그 유명한 뒤팽이 나온다. 뒤팽 시리즈는 나중에 아서 코난 도일의 귀감이 되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다. 영특한 두뇌로 상황을 꿰뚫어보며, 한발 앞서 일을 계획하고 , 언제나 완벽하고 깔끔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뒤팽. 그의 사건 해결 방법은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여 상대가 할 법한 생각과 행동을 유추해 보는 것이다. '셜록 홈즈'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셜록 홈즈]의 인물 구성과 사건해결 방식이 뒤팽의 그것과 너무 동일해서 애드가 앨런 포가 더 대단해 보였다.

피가 낭자하며 공포를 자아내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만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이야기들이 애드가 앨런 포의 또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할 것 같다. 그의 예리한 인간 심리가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다양한 아픔과 고통 속에 느꼈던 것들을 표현했으리가 생각하니 안쓰럽고 안타깝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