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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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볼품 없지만>

-배기정

-자음과 모음


찌질하고, 볼품 없다. 그렇지만 다채로운 그들의 한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될 수도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배기정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은 다양한 예술인들의 웃픈 이야기들의 향연이다. 불쾌감을 자아내는 인물들 조차 안쓰럽고 쓰다듬어 주고 싶음을 느끼게 되는 건 작가 자신의 모습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p.35

예술 하는 아저씨들은 싫었다. 등단 후 엄마 때리는 거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던 아빠, 변태 현학자 같던 영화감독. 나는 찰스를 빤히 보며 예술 하는 아저씨 주제에, 라고 속으로 비웃었다.



그 멋스러운 외모와 분위기는 사람을 현혹시키지만, 실체는 정말 별볼일 없는 그들. 하지만 그들에게 매혹되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고 느끼며 포기해 버리는 건 그들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매혹되었던 '나'의 감정과 '나'의 열정이 아름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들의 실체는 볼 품 없지만, 그들에게 향했던  감정의 찬람함은 빛난다.



 🔖40쪽

(...) 내가 그런 말 했어? 게임하다가 그런 말 했잖아. 아, 기억난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으니까. 그니까 너도 너무 열심히 살지 마. 해도 안 되는 게 널리고 널렸어. 세상에 노력해서 되는 건 그나마 게임 정도일걸. 그마저도 엄청 허무해. 엔딩 보면 끝이잖아. 같은 엔딩 보려고 다시 한번 뼈 빠지게 노력하고 싶지도 않고. 찰스의 무기력한 말투에 나도 힘이 빠졌다. 역시 예술 하는 나부랭이들하고는 몸은 섞어도 말은 섞으면 안 되는 건데.



후재와 가끔 잠자리를 같이하는 '나'는 의식없이 병원에 누워있는 후재를 생각하며 그 자리, 그 곳에 후재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되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지난 날을 아파한다.  그런 그녀는 오래 전 외국에서 만나 함께 했었던 찰스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가벼워지고 싶어한다.  찰스의 말은 모든 지난 날을 후회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또한 미래를 예측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오늘을 쓸데없이 힘주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을 빼라고 말해주고 있다. 왜 모든 것에 내일 죽을 것처럼 우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걸까? 노력해도 안 되는거 천지라면 그냥 힘 빼고, 밍기적 밍기적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인다.  



배기정 작가의 독특한 세 개의 단편은 모두 가볍게 읽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며,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심도 깨우치게 한다.  우리 모두 지금 나에게 '남은 건 볼품없지만' 그래도 어떠랴....앞으로 살아갈 즐거울 날도 있고, 지나간 날도 나에게 무언가를 남겼음은 확실한 터이다.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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