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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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네이버카페'문화충전200' 도서 서평 이벤트 -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지음



 어렸을 때부터 노트와 문구류를 무척 좋아해서 항상 집 안에는 공책이고 종이가 잔뜩 널려있었다. 주로 새것, 혹은 절반도 채 쓰지 않은 노트들이 한가득 이었는데, 당시에는 꼬박꼬박 써야지 싶었다가 잊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쓰다만 노트들에 적힌 글 속의 는 대체로 힘들고, 아프고, 희망을 바라거나 더 나은 앞날을 기대하면서 글쓴 당시인 현재를 만족하지 못하는 잔뜩 날이 곤두선 불행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을 읽는 것이 항상 불편했다. 과거의 불만족한 나, 예민하고 상처투성이의 부끄러운 나를 마주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라는 책의 제목은 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스스로가 만족하는 글쓰기의 해답을 줄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난 후의 총평적인 감정을 말하자면, 사실 글쓰기에 대한 기술적인 면에서는 명쾌하게 해결되거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나, 굉장히 많은 위로를 받은 것처럼 속이 개운해졌다.

 

 이 책, 223페이지짜리의 글 안에서 저자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내면이 아닌 외부세계의 괴로움을 해소하기도 하고, 글을 쓰는 동시에 풀리지 않는 고뇌를 하고 그걸 또 글로 써 반영하면서 계속, 계속 글을 쓴다.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어쩌면 어딘가 불행한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은 대체로 글을 쓰려하지 않는다.' - 도서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지음> 中

 


 앞전의 구절은 책의 프롤로그 첫 부분이다. 완독 후에 다시 펼쳐서 보니, 프롤로그 첫 문장부터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 같아 인상 깊게 보았다. 지극히 개인적이기도 하면서 또 개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 타인이 충분히 공감하는 현실의 고통을 글쓰기를 통해 잊거나 완화함으로써 내면의 갈등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려는 주요 핵심이 아닐까. 아래의 문장처럼.

 


'글쓰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로 출발해 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쓰기는 본질로의 회귀다.' - 도서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지음> 中

 


 나는 지금까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진 않았다. 소위말해 오글거린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게 싫어서였다. 흑역사를 마주하기 싫다고 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강렬하게 미친 듯이 글로써 내 감정을 토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위의 책 구절 따라, 나는 로 출발했지만, 아직 온전히 로 돌아오진 않은 모양이다. 이런 나에게 긴장을 풀라는 듯, 책의 구절을 통해 들려오는 아래의 격려들이 나를 글쓰고 싶게 만든다.

 


오늘도 글을 쓰려는, 자기 앞의 생으로부터 소외된, 삶이란 핍박을 견디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도서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지음> 中

 

그러니 당신, 완벽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도서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손화신 지음> 中

 


 위의 내용들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작법서나 교습서가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저자스스로와 책을 읽는 글쓰는 독자에게 격려를 하는 책이다.

그동안 나는 마치 강박증처럼, 글쓰기란 타인에게나 스스로에게나 언제든 가혹한 평을 들을 각오해야 하는 활동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글쓰기 격려를 통해 위로받고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장려하는 책을 만난 건 정말 뜻밖의 행운이자 인연이었다. 문장마다 묻어나는 작가의 따스한 다독임에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은 내면이 녹진하게 풀려가는 기분을 느꼈다. 비로소 그동안 쓰다만 노트들에 적힌 날 것의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글을 쓰면서 다시 읽기 두려워하는 나 자신에게도 이렇게 말해줘야지. 잘 썼든 못썼든 간에 괜찮아, 계속 쓰면 돼. 삶이 글쓰기인거야. 잘하고 있어, 라고...

 

글쓰기에 지치고 지쳐,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 모든 글쓰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격려를 받고 오늘도 내일도 글을 썼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도서 협찬을 통해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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