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책에서 정치적인 폭로를 기대하는 독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닫아 주기 바란다.
가령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할까! 흉악한 일을 꾸미는 악한들은 어디엔가 있게 마련인데, 그 악한들만을 골라내서 박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그러나 선과 악의 분기선은 어느 누구의 가슴에도 다 가로놓여 있다. 그러니 누가 자기 가슴의 한쪽을 박멸시킬 수 있겠는가?….
한 심장이 살아가는 동안 이 선(線)은 때로는 기쁜 악으로 짓눌리기도 하고 때로는 어둠을 제거하는 선(善)에 공간을 내주면서 심장 위에서 이동을 계속한다. 동일한 인간이라도 연령과 인생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곤 한다. 어떤 때는 악마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성인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름만은 변하지 않아서 우리는 모든 것을 그 이름의 소행으로 돌리고 만다.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했다 ─ 〈자기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