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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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


[선택의 기회]


[2016. 6. 20 ~ 2016. 6. 22 완독]




스포일러 포함.



 السلام عليكم(앗살라무 알라이쿰)

Peace be with you.

영화 <킹덤 오브 헤븐>

 우린 다르면서도 닮았으니 함께 나아갈 수 있어.

p21

 "제가 진실을 말해야 하나요?"

 "그게 최선이라고 확신 하시나요?"

p208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살고 있다. 인간의 DNA는 극히 일부가 다양한 인종 간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지만 역사적, 의식적, 사상적 등의 '문화(Culture)'로 뭉뚱그릴 수 있는 거대한 차이가 존재함을 여실히 느낀다. 아무리 우리가 타인과의 다름을 인지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는 말들은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다들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니면 나만 쓰레기지 뭐...)


 더욱이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전쟁으로 인한 난민조차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인데다가, 우리나라 또한 각종 미디어에서는 "이제 한국은 다문화 시대"라고 말은 하지만 (좋든 싫든) 한민족이라는 끈끈한 고리가 있는 우리가 폐쇄적이면 폐쇄적이지 타문화에 개방적이라고 보기는 아직까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란 다 들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는 법이다. 열쇠로 자물쇠를 돌리면 문이 열리듯 내가 들었던 모든 것이 언젠가 고스란히 드러난단다.

p54


 AnyWay. 쓸데없는 서두가 길긴 했지만... <빌랄의 거짓말>로 들어가 보자. 표지가 인상적이다. 아마 인도의 물감 축제로 유명한 홀리 축제에 참여했던 아이의 모습을 찍은 것 같은데, 즐거운 축제라고 생각되지만 어딘가를 바라보는 서글픈 눈은 결코 좋지는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홀리 축제는 화합과 화해의 상징이다. 수많은 감정, 갈등 등이 화려한 원색의 물감으로 변모해 서로에게 뿌리고 묻힘으로써,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에너지로의 전환을 꾀하는 행사라 <빌랄의 거짓말>에서 묘사되는 상황과 정반대되는 성질을 내포하고 있으니 흥미롭다.



인도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너로 인해 다시 발견했으니까.

p86

 나는 눈을 깜빡이며 또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흙먼지가 날리는 좁다란 골목에서 왕자가 우리에게 절을 하는 희한한 장면을...


 인도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크리쉬나, 시바, 브라흐마, 비슈누, 가네샤 이외에도 '신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고 수많은 신이 살고 있다. 다양한 신과 더불어 종교도 다양한데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도 힌두교, 시크교, 자이나교, 이슬람교 등이 섞여 살고 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인도로 여행을 가본 지 8년 정도 지났으니 인도가 얼마나 큰 변화를 겪었는지는 모르나, 그 당시에 인도에서 만난 인도인은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파키스탄으로 여행을 가면 엄청 위험하다", "파키스탄 국경지대로 가면 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등 거의 우리가 전통적으로 일본에 느끼는 반일 감정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후에 들어보니 파키스탄은 '영국에서 독립 후에 종교적인 마찰로 인해 독립을 했다.'라고 간략하게 알 수 있었는데 아직도 분쟁 지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양국의 갈등이 어마어마함을 추측할 수 있었다.



 "운명은 어떤 병인가요?"

p121

 "얘야, 평화는 이미 흔들렸어."

 "깨졌지요."


(중략)


 "그래, 네 말이 옳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리하거나 치유하기되 한단다."

 "얼마나 걸릴까요?"

 "그거야 사람의 의지에 달렸지."

p143


 이러한 양국의 대립이 점철되어 갈라서기 직전이 <빌랄의 거짓말>의 배경이 된다. 힌두교, 시크교인 초타와 쌀림을 친구로 둔 이슬람교인 빌랄.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분쟁으로 인도는 분리될 것이 자명 해지고 종교적인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물리적인 충돌로까지 번지는 상황에서 빌랄의 관심은 오직 아픈 아버지뿐이다.


 병으로 심신이 약해진 아버지가 분쟁으로 인해 인도가 쪼개진다는 말을 들으면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을 두려워한 빌랄은 아버지를 속이고자 한다. 처음에는 친구 초타와 쌀림이 도움을 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사 선생님, 담임 선생님, 인쇄소 아저씨 등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한 아버지를 걱정해주는 이들이 빌랄의 거짓말에 동참함에 따라 빌랄이 원한대로 멋진 인도의 모습을 기억시켜드리게 된다.



 난 '새로운 파키스탄'이란 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p197


 이러한 가슴 뭉클한 빌랄의 하얀 거짓말과는 반대로 격화되는 인도인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배경이 빌랄을 더욱 빛나게 한다. 평소에 의사 선생님을 도와 외지의 마을을 치료하러 다녔는데, 이제는 이슬람의 스파이 취급을 당하며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타를 맞을 상황에 처하는 상황 등이 계속되면 와중에 모든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오직 아버지 하나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빌랄이 빛나다 못해 성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서로 간에 쌓여진 갈등이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빌랄은 마을을 떠나게 되고 친구들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빌랄의 따뜻한 마음만은 남아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빌랄에게 전해진 아버지의 편지에는 이미 인도의 분리를 알고 있었다는 아버지의 얘기가 실려 있었지만, 아들의 따뜻함을 간직한 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아버지의 따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빌랄을 끝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물론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종교적인 갈등은 소모적이기만 할 뿐 전혀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편인데... 각 종교의 주된 교리에는 꼭 타인이 존재하는데 현실은 타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러한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의 불완전함으로 몰아가기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과연 <빌랄의 거짓말>에서 그랬듯이 '선택의 기회'는 있을까?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선택의 기회는 언제나 있어."

p258 

"네가 나의 인도란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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