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퀴어를 옹호하다 - 성서학자가 들려주는 기독교와 성소수자 이야기
박경미 지음 / 한티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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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학자, 퀴어를 옹호하다. 책을 덮으니 제목이 이렇게 읽혔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목사에게 '정직'을 내리는 교단, 숱한 성범죄 사건에는 침묵하면서 성소수자 축제는 집단으로 공격하는 교회, 결혼은 오직 이성 간의 신성한 것이므로 동성 간 결혼은 시민 '결합'일 뿐이라고 말하는 교황이 존재하는 시대, 성소수자 권리를 위해 전통적 기독교와 화해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성소수자를 옹호하겠다며 그들보다 앞서 방패가 되겠다고 나서는 개인들을 보면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이 책도 그렇다. 성경 문서 옹호 여부 이전에 성서학자 한 사람이 대놓고 퀴어를 옹호하겠다는 고백이, 더는 보수 기독교의 폭력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분노가 읽는 내내 전해졌다. 성소수자에 관한 기본적 팩트 체크와 역사적 변모를 살펴보는 1부를 지나, 해당 성경 구절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2부를 통해 성소수자를 핍박하는 신앙의 불가능성을 외친다. 간혹 엄밀한 논증을 뛰어넘는 열정적 주장은 아쉽기도 했지만, 앞으로 이 주제로 맨 처음 권할 책을 만나 기쁘다. 성소수자 부모들 고백을 담은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에 이어, 이런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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