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지 않아
반디울 지음 / 지금이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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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른일까? 아이일까? 20대 후반이 넘어서면서부터 자연스레 어른이라고 생각했다가, 어느날 소스라치게 아이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그 황당함이란... 몇 주째 지긋지긋 계속되던 두통때문에 나도 모르게 다섯살 조카에게 짜증을 냈던 모양이었다. 그러자 조카가 대답했다. '병원에 가면 되잖아'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아!'하는 마음의 불빛이 반짝였다. 머리가 아프면 짜증을 낼 일이 아니라 병원에 가면 될 일이었다. 다섯살 아이도 아는 사실을, 20대 후반인 나는 모르고 있었던거다. 이때,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였을까. 어쩌면 나이가 들 수록 아이가 되어 간다는 말이 맞는거 같다. 아이들도 가뿐하게 아는 사실들을 어른인 우리는 어이없게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머리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속이 마구 헝크러져 있을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의 순진하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다보며 내 눈과 내 마음까지 맑은 샘물로 가득차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또, 잔뜩 복잡하게 잔뜩 헝크러져 있던 문제들이 어느새 스르르 풀려져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잘 모르는 일만 일어나는데... 알던 일도 모르는 일로 변해가는데... 그럼 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걸까? 나이

만 많다고 어른이 되는건 아닌듯 싶다. 그렇다고 '나이 많은 아이'라는 호칭도 이상한 것 같고... 진짜 어른다운, 진정한, 존경스러운 어른은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걸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나는 또한 어떤 어른일까...(누군가 내게 대답을 해준다면 그 대답을 듣기가 참 민망스러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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