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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김남우 ㅣ 김동식 소설집 3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평점 :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 쓰고 또 쓰던 공장 노동자의 소설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책을 내라는 팬들의 제안에 쑥스러움과 겸양으로 답하던 그가 어느 날 진짜 작가가 되었다. 여러 팬들이 돈 안 드는 치사를 남기고 가는 사이, <오늘의 유머> 게시물을 통해 작가가 된 선배 '309동 1201호'가 편집자로 나서 그를 직접 데뷔시킨 것이다.
일주일에도 몇 편씩 올라온 유저 '복날은간다'의 소설들은 나름의 일관된 스타일과 특징은 있었지만, 그 소설들을 한데 모았을 때 그려지는 작가의 거시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은 책을 묶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었다. 소설들을 유형화해 3권의 책으로 묶은 것은 편집자의 공로이다.
소설집 전 3권 중 <13일의 김남우>는 요괴가 아닌 자연인(법인 말고) 도시생활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보통 사람 김남우와 주변인들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봉급생활자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며 친구인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숨은 소름 돋는 부조리를, 이기심을, 위선을, 나약함을, 갈등을, 편견을 직관으로 짚는다.
단편이라 하기에도 짧은 분량, 두세 문장으로 툭툭 끊어지는 문단들, 여느 소설가들이 으레 하는 상황 묘사조차도 간단히 건너뛴 채 줄거리만 짚는 서술방식은 작품들을 소설이라기보다 단편 드라마나 연극의 시놉시스처럼 읽히게 한다. 편집자는 이러한 한계 또는 부족함을 굳이 감추려고도 않은 채, 저자가 게시판에 썼던 그대로의 한 줄 띄기까지 그대로 적용해 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 여백이 휑한 글이기에, 소설의 절정에 불쑥 튀어나오는 반전의 한마디 내지 작가의 필살기 멘트는 곧고 강렬하게 독자의 뇌리에 꽂힌다.
작가가 공장노동자 출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 작품만 평한다면, 표제작 '13일의 김남우'는 쳇바퀴 도는 하루하루를 견뎌 보내던 저자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의 해방을 선사했는지 비유적으로 고백한 글처럼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