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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요약: 유명한 라틴어 문장을 테마 삼아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개관하고 서구화된 현대 한국 사회의 뿌리를 분석한 인문 교양서. 동시에 라틴어 격언에 수강자들의 고단한 일상을 비추어 통찰한 책. 교양에 대한 지적 수요와 삶에 대한 정서적 위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에세이. 세속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을지라도 강의실에 앉은 청춘들에게는 귀감이 된 대학 강사의 자서전.
입소문에 이끌려 이 책을 손에 넣고 1/3쯤 읽었을 때, 이 책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겸손하고 친절한 버전이 아닌가 의혹을 품었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처럼 저자는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이고, 그러면서도 서울대보다는 약간 낮다고 평가되는 대학의 비정규 강사 신분이면서, 책 내용은 혼란스럽고 아픈 청춘의 제자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머릿속 책장에 편리하게 분류해 버렸던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는, 청춘을 대하는 저자의 명제를 [청춘은 아프다]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진로가 결정되지 못한 처지의 불안감, 본인의 적성과 욕구를 숙고할 여유 없음, 출신학교와 첫 직장의 이른바 '클라스'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교당하는(비교당한다고 믿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어떤 이들에게는 꿈은 고사하고 생존조차 힘든 처지. 학자이면서 가톨릭 성직자인 저자는 제자들보다는 진로가 일찍 확정된 인생을 살았음에도, 로마 유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겪고 있는 공부와 생활의 어려움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제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한다.
자칭 실용주의자들, 또는 전략과 팁이 충만한 자기계발서의 애독자들의 취향에는 안 맞는 책일 수 있지만, 책의 여러 행간에서 자기계발의 팁을 찾는 재미도 적지 않다. 예컨대 시간을 (시점이든 러닝타임이든) 정해 놓고 공부를 하라든지, 하루에 10시간 이상 공부하지 말라든지,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 공부를 하라는 것들이다. 비록 이 책이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도중에 부딪힐 시련을 극복하는 법까지 낱낱이 알려주진 않더라도, 저자가 삶의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기보다 견디며 동반해 온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계발과 성공이란 성실과 인내, 무엇보다도 오늘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이뤄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