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이타주의자 -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이 아닌 냉정이다
윌리엄 맥어스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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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속한 모금재단의 홍보를 위한 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으나, 기부, 자원봉사, 공익활동 등의 자선 행위에서 우선시하고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을 짚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기부할 곳이나 구호 사업을 정할 때 더 근본적인 부분, 경시되거나 누락되는 영역에 주목해서 빈틈을 채우라는 조언은 10여 년 전에 경제경영 담론을 장악했던 6시그마 이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기는,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든 사업이든 탄탄하게 선다. 기초와 시작점에서 새는 부분은 끝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문제를 일으키니까. 그런 면에서, 기부보다 투표가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선행일 수 있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면서도 많은 이들이 간과했기에 참신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껄끄러웠던 부분은 자선단체의 실무자가 되기보다 돈 많이 벌어서 기부하는 것이 낫다, 자선단체 노동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영리기업에서 경력-인맥 자본을 쌓아 가지고 들어오라는 주장이었다. 그 말은, 현재 자선-구호단체의 최전선 현장에서 촉수와 혈관 노릇을 하는 젊은 하급자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영리기업이든 비영리단체이든 모든 일은 유형 무형의 효과를 꾀하는 '사업'이다. 사업이 잘되려면 영리 추구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 실무자들의 양성과 역량 축적-활용을 위해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저자가 자선단체의 말단 자리에서는 배울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것은 자선단체가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업을 잘되게 하는 근본적 투자에 별 관심 없이 돈 많이 벌어서 기부 많이 하라는 주장은, 기부가 기획되고 이루어지는 과정의 합리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인적 자원 개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읽힌다. 그런 까닭에, 더 근본적인 영역에 많은 자본과 노력을 투자하라는 훌륭한 통찰에도, 이 책의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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