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연시마다 서점의 경제경영 섹션에는 시장과 소비자의 과거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들이 넘친다. 이를테면 김난도 교수를 위시한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가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도 있고, '대예측'이라는 거창한 문구를 제목에 넣은 모 경제신문사의 기획출판물도 있다. 그 가운데서 발견한 이 책은 90년대생의 정서와 여가생활 방식을 진단하는 부분을 봐서는 <88만원 세대>의 계보를 잇는 사회문화비평서 같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대기업의 현직 브랜드매니저가 90년대생 세대에 초점을 좁히고 맞춰서, 시장의 생산자 겸 소비자 집단으로서의 성격을 분석한 책이었다.


90년대생을 분석하는 책은 교수나 학자도 쓸 수 있고 전문 논객도 쓸 수 있다. 그런 필자들이 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 하나 있다. 주석이나 참고서적 목록에 꽤나 어렵고 때로는 외국어로만 표기된(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과 논문들이 가득해서 독자를 주눅들게 하기 십상인 것이다. 그에 비하면 직장인이 쓴 이 책의 미덕은 분명하다. 발품 팔아 수집한 내용이고, 쉽고, 간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려운 논문이나 학술서적이 아닌 익히 알려진 비평서들과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신문/방송 기사들을 가지고도 유익하고 알찬 책을 쓸 수 있음을 입증했다. 덕분에 저자가 글의 근거로 제시한 각주의 자료들은, 독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직접 찾아보고 동의하거나, 저자와 다른 입장에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풍성하고 접근성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된다. 하나 더. 책 전체뿐 아니라 목차가 유용하다. 편집자의 친절한 배려 덕분인지 모르나, 장(부)마다 핵심을 요약하는 소제목들이 차고 넘치게 달려 있어, 목차만 복사해 두어도 책 내용을 어렵지 않게 기억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실용서로서의 미덕이다.


저자가 이 책을 처음 기획한 때는 2012년이고 뼈대(아마도 개요)를 세운 때는 2014년, 출판한 때는 2018년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장장 6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산물이고,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고 대학원 공부를 한 시간만큼 축적된 공력이 반영된 산물인 것이다. 책 속에는 많은 90년대생 신입사원들이 입사하자마자 이직을 꿈꾼다는 언급도 있다. 또 어느 90년대생 신입사원은 목표가 뭐냐고 묻는 상사에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다. 상사 본인의 맥락에서는 당연히 회사 안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어본 것인데, 신입사원은 회사와 관련되지 않은 본인 인생의 목표를 답했다는 것이다. 이직의 꿈, 베스트셀러의 꿈은 본인의 유능함을 인정받아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싶은 욕구의 구체적이고 특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꾼다는 90년대생이 그 꿈을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이룰 거라고 희망하거나 예상하는지 나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 책은 회사원으로 살아도 베스트셀러 작가는 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작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신있게 쓸 내용이 있어야 하고, 그 내용은 사회 어디에서든 구체적인 경험과 그 경험을 지속하고 발전시킨 시간을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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