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지음, 장현정 옮김 / 호밀밭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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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페데리코 핀첼스타인(장현정 옮김)

호밀밭에서 나온 신간을 읽었다. 고등학교 때 한창 관심을 가지던 게 파시즘이라 읽어봤다.
이 책은 기본적인 파시즘의 발생 등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파시스트들이 활용하는 지식체계 및 이데올로기의 측면을 주로 다룬다. 그래서 제목도 파시스트 '거짓말'의 역사.

파시즘의 기본적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독일의 나치즘(히틀러), 이탈리아의 파시즘(무솔리니), 일본의 천황제 군국주의 등을 통틀어 권위주의/민족주의에 기반한 전체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서 말한 세 국가가 가장 대표적이고 이외에도 많다.

➰️ 파시즘은 18세기 말부터 누적되어 온 사회적 불안과,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만성적 공황 및 전승국과 패전국을 막론한 정치·사회적 불안에서 초래된 각종 혁명적 기운에서 대두되었다.
근대적 위기요인의 격화에 의해 정치체제의 안정과 균형이 파괴되고, 게다가 기존 정치세력이 사태를 효과적으로 수습할 능력을 상실할 경우, 무정부적 진공상태를 메우기 위하여 파시즘이 등장한다. (참고 - 발생배경)

파시즘이 흥미로운 이유는 오늘날 사회에서도 그 양상이 계속해서 발견되기 때문일 텐데, 이를 미시적 파시즘이라 명명하여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게 파시즘은 단순 정치 체제라기보다 집단의 정동적인 움직임이라 어느 사회에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20세기와 같이 정치 체제를 뒤집고 새로운 세력이 (군사적으로) 득세하는 형태가 아니라 해도,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과 변혁에 대한 욕망, (유대인이 지목되었던 것과 같이) '적'으로 간주되는 대상의 존재, 사회의 혼란과 불안 등이 누적될 때 집단주의적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할 때 성별이나 연령, 계층을 막론하고 하나의 움직임에 편승하진 않을 것 같긴 함(그래서도 안 됨)
그렇지만 전 집단이 아니라 해도 다양한 사회집단들은 그들의 정동을 공유하고 집단 이익에 복무한다. 그게 (특히 정치적으로) 격화되는 형태를 미시 파시즘이라 하는 듯하고 오늘날에는 이게 전 사회적 움직임이기보다는 각 집단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듯.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파시즘과 '진실'의 관계를 계속해서 얘기하는데, 단순히 "파시스트들이 거짓말쟁이였다"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의 기준으로 이성을 세우던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나 비합리주의의 맥락에서 권력과 진실을 동반시켰다는 것을 밝히고 있었다. ("그들에게 진리는 권력을 통해, 그리고 권력 안에서 드러나는 비밀이었다. 파시즘에서 권력은 완전히 초월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즉 이성으로는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것임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파시즘이 정동적 움직임이라고 했던 게 상세히 설명된다. 텍스트가 아니라 느낌, 이미지를 통해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는 이들의 이해는, 선전 장치들을 활용해(강단, tv, 연설, 광고 등등..) '진실'을 만들어내고 그를 진리로서 유통한다.
즉 파시스트들은 "자신의 거짓말에 현실의 사후적 근거를 부여함으로써 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다. 3번째 사진이 그 예시. 민족주의, 포퓰리즘, 신화(낭만주의)라는 삼박자는 지도자라는 메시아적 존재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재편하고 공유된 느낌, 다수의 움직임들을 만들어냈다.

개인의 자유를 포기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 싶은 21세기적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20세기 독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중동 등 국가 부흥이라는 목표 속에서 파시스트 사상이 쉽게 득세를 할 수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현실의 특수성에 맞추어서 개조된다면, (예컨대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반제국주의, 탈식민주의를 발전시키는 주요한 사상 혹은 방법으로서 집단적 행동이 필요했을 테니까.. 파시스트 지도층의 행동 메커니즘과 함께 대중의 동참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히 기술해줬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선전과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그 생산자측을 보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좋은 책이었는데 사회과학서로 보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함께 제시되진 않아서(저자가 대중서로 쓴 것 같다) 인문교양서로 이해하면 좋을 듯. 그리고 책 디자인이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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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파시즘은 일부 정치권력들의 전유물로 낭비되고 있어요. 거짓말, 가찌뉴스로 선동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지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