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필진은 등단 시기가 충분히 멀어지지 않은 신진 작가들이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 사회가 겪어내는 변화들을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결혼의 권태, 청춘의 서툰 사랑, 별 거 없는 사회적 일상, 택배노동, 친족 간 성폭력. 2023 문학서울은 필진과 ’나‘의 나이대, 얼추 사회 생활에 적응한 사람이라면 쉽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투명하게 풀어내는 데에 집중했다. 그러니 다음 문학서울에서는 소재보다는 작가 본연의 시선에 감탄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한다. 한때 기쁘게 마중한 관계를 특별하지 않은 계기로 배웅하는 일은 고단하다. 작품 속 인물들도 과거의 자신을, 떠난 사람을 그린다. 나 역시 배웅이 지난하고 벅차다. 온 마음을 다 하더라도 떠남은 있다는 걸 매일 인정하는 연습을 한다. 결국 나 역시 변할 것이기 때문에. 그저 ‘수면 아래에서’의 민호처럼 조용히 묻는다. 지금쯤, 어디에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