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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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밈과 쏟아지는 숏츠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뉴스 만으로는 이제 세상을 놀래킬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보다 개개인이 중요해진 시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음이 먼저 포털을 맞이히는 시대에서 진짜 삶은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일까. 시인이자 작가인 록 우드는 현 사태에 대해 비판이나 교훈을 준다기 보다는 보여주고, 표현한다. 이걸 봐, 우리가 이러고 있잖아.






 

  시인의 과감한 시적인 표현이 불온하게 느껴진다면 거기에 내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르르 몰려가 동조하는 내가, 20초 이내에 영상에 2시간을 태울 수도 있는 내가, 반려견의 눈보다 포털에 더 많은 시선을 두는 내가, 진짜라니. 소설 내에서는 계속해서 장면이 전환되고 시선이 바뀐다. 마치 우리가 매일 sns의 스크롤을 내리며 시시각각 다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재미난 릴스를 보고 하트를 눌렀다가 다음 탭에 나오는 끔찍한 장면에 아까 웃은 데에 죄책감을 느끼는 우리. 그러다 그 죄의식도 무뎌진다. 내 생각과 감정을 묶어두는 다른 숏츠들이 쏟아지니까. 우리가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수많은 정보를 욱여넣다보면 감정에 무뎌지고 세상과 분절되는 자신을 느낀다.

 

  세상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 Sns로 연결감을 느낀다는 건 진짜 연결인가? 단절과 연결. 그 사이의 기이한 줄타기에 대해서 작가는 전혀 친절하지 않은 어투로 보여준다.’

 

  정보화 나아가 메타버스, ai 우리는 정말 '나아지고' 있는 게 맞는가? 생각은 자신의 몫이다. '생각'만이 인간이 인간으로 하여금 사람답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고, 동조와 단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일 진데 대기업의 마케팅에 매료된 사람들의 미래는 부정적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부정적인 결과를 해마다 치솟는 자살률로 보여준다. 잘 팔리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각과 몰입을 잡아두고 묶어두는 게 필요하고, 세계 제일의 기업들은 앞으로도 이 방법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20대 중반인 나는 가끔 눈으로만 시집을 읽다가 직접 소리 내어 읽어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생의 감각이란 게 깨어난다. 시집을 내 목소리로 읽다 보면, 온전히 움직이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이 있다. , 드립, 유행어로만 또래들과 말을 하고 어디선가 봤던 문장을 내가 말하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생각은 나의 것인가? 잠깐 그런 생각이 들어도, 또다시 그때의 쾌락에 몰두하느라 잊어버린다. 기쁘니까. 밈으로 남을 웃겨주고 나도 웃는 게 순전히 재밌으니까.

 

  우리의 표현은 정말로 전보다 풍부해졌는가? 질과 양, 혹은 둘 다를 포함하여 따졌을 때 우리가 "나의 기분"을 설명하려 할 때, 우리 할머니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가? 포털의 세상과 접촉의 세상. 둘 다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태도는 과업이 아닐 수 없다. 무정형과 유정형의 삶.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곳에서 더 재미를 느낀다.

 

  작가의 글에, 심상치 않은 문단 바꿈에, 자칫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우리가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본다면 느끼는 지점 아닐까. 가상의 인물, 내가 만들어낸 나의 이미지. 진짜보다 가짜가 각광 받는 어쩌면 유행하는 그게 '돈이 되는'. 이건 끝나지 않을 일이 될 것이다. 이는 기회와 문제로 사랑과 결함처럼 지지부진하게 현대인들을 좇아다니며 자신을 봐 달라고 외칠 것이다. “개도 쌍둥이가 있을까?” 내가 한 질문이, 밈이 되는. 내 생각이 정형화되는. 아니 밈이 내 생각이 되는. 이 기묘한 시대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적은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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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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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면서 문득 깨달은 건 이 책의 제목이다.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은 내면의 길로 걸어 들어가는. ‘무의식의 세계라고 저자는 거듭해서 말하고 있다. <동화 여주 잔혹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수많은 전래동화. 그 속에서도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플롯과 상징을 분석한다. 그러니 여기서 은 여성의 무의식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무의식의 세계가 넓고 아름다운 건 여성은 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자아 성찰을 이루고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인격체이기 때문이라고 느껴졌다.

 







 

  특히 신화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끌었다.

 

 

여성의 속성이던 용과 뱀을 가부장제가 죽이다. ~놀라운 점은 아테나가 초기에는 뱀과 함께 그려지거나 새겨졌다는 사실이다. ··· 그중에서도 뱀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여신들은 아테나, 아르테미스, 그리고 키벨레다. ··· 원래 뱀은 대지에 붙어서 대지의 지혜를 가장 많이 가리키는 존재로 숭앙되었다. 메두사와 용은 남자들이 두려워하는 힘이다. 이는 여성에게 내재한 커다란 힘을 말한다. 92P

 

 

  신화에서 용과 메두사는, 영웅들에게 있어서 어떠한 목적을 위해 싸워 물리쳐야 할 적이다.

대지의 지혜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존재. 신비하고도 강한 힘을 가진 존재. 목적성을 가지고 활약할 수 있는 존재는 그렇게 적으로 인지되어 수많은 남성 영웅의 칼에 찔려 사라졌다. ‘영웅의 여정에 대해 말하는 조지프 켐벨의 책은 나도 읽어보았다. 헌데, 여성의 역할에 대해 그가 말한 인터뷰는 충격적이었다. “여자들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구세대였던 캠벨이 보기에 여성들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고정좌표이자 귀환점이었다. 남자들은 상징계에서 여성의 위치가 바뀌기를 바라지 않는다. 62P

 

 

  전래동화에서 남자 영웅들은 공주를 구하며 성장한다. 공주를 구하고 돌아와 왕의 자리를 부여받거나 금은보화를 얻거나 공주와 결혼한다. 혹은 모험을 끝나고 나서 아내를 끌어안으며 가정이 최고라고 말한다. 여기서 영웅은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공주나 아내는 영웅의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작용한다.

 


여성은 거울 역할을 하느라 남자가 주인인 언어 밖으로 밀려났고, 이해의 밖, 몰이해 속으로 추방되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어디에도 갈 수 없어졌지만, 저자는 이 책은 전래동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비틀어본다. 전형성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견해를 보여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는 터널의 입구를 지난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 돌아온다. ‘현실이 바뀌지 않아도 내면이 바뀌면 영웅이 된다.’ , <아름다운 바실리사>에서 바실리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지만, 세상을 변화시켰음을 저자는 피력한다.

 


저자는 숲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를 내면 속, 무의식의 세계로 걸어간다고 치환시켰기에 물리적으로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일 테지만, 나는 이 행동을 물리적으로 바라보았기에 사실 바실리사가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는 것은 살짝 동의가 어렵다. 강력한 내적인 동기는 없었을 테지만, 자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는 불꽃을 얻기 위해 (목적) 바바야가의 집에 도착 (목적지)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실리사는 떠났기 때문에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그는 빌런의 과업을 모두 해결(통과)하고 불꽃을 얻었다. 여기서 바실리사는 영웅의 여정을 수행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으론 내면의 숲으로 떠났다가 자신에게 돌아온 여정이라는 데에 동의하는데, 그가 내면의 성장 및 변화를 겪어 자신의 세계를 바꿨다는 사실은 유일무이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래동화의 주제를 읽고, 이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더해가야 한다. 우리들 무의식에 뿌리 깊게 심어져 온 잔혹사를 비극으로만 두지 않고.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글담으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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