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가 산부인과 의사라면 이렇게 물어볼 텐데
류지원 지음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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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체계적인 성교육을 받았을까?

나는 내 몸에 대해 얼마만큼 잘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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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성교육이라 하면 남자애들은 신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여자애들은 좀 부끄러워하는 그 이상한 교실 안에서 티비 화면 속으로는 올챙이들이 꾸물꾸물 날아다니던 것이 생각난다. 이건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내 또래 대부분이 공유하고 있는 경험일 것이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성교육이 포함된 기술 가정 과목을 듣지 않아서, 제대로 된 수업을 들을 기회도 없었다. (아쉽...) 성인이 되고 나서야 친구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정보가 훨씬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내 몸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의사도 아닌데 14번 척추, 15번 척추 하듯이 신체를 전부 파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모른 체 대충 넘어갔던 기초 지식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래에 첨부한 목차 페이지를 넘겼는데 '내가 잘 모르는 내 몸의 이름들'을 설명하는 페이지가 나와 당황했다. 외성기의 구조며, 자궁의 형태 등등 정말 몰라도 너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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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나처럼 내 몸에 대해 무지했다면,

  생리 때문에 매달 고생했다면,

  질 세정제를 얼마나 자주 써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다양한 피임 방법, 특히 요즘 유튜브에서도 자주 보이는 미레나 시술과 부작용이 궁금하다면,

  기타 등등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친구나 엄마한테 물어보아도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정보, 일일이 검색해보기도 애매하거나 스스로 불확실한 증상에 대한 정보가 정말 많이 들어있다! 산부인과에서 쓴다는 '질경'이나 병원 자체에 느끼는 공포감도 많이 줄어들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증상과 궁금증

  거의 모든 여성이 생리를 겪는다. 매달 생리통을 호소하는 친구들을 보는 건 너무나 흔한 일이고, 좀 더 심한 경우에는 월경 전 증후군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거나 월경 중에 쓰러지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게 자주 겪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내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가질 기회는 너무 적었던 것 같다. 그냥 한 달에 일주일 피가 나오면서 엄청 불쾌해진다는 정도? 사실 살기 싫어질 때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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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맘때쯤 해야 하는데 왜 안 하지?"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가 봐. 가끔 그럴 때 있더라고."

  친구들과 나누는 흔한 대화 패턴 중 하나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니 월경까지 멈출 수 있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가 쓴 책답게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임신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해 주어 좋았다. 살이 찌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다이어트를 할 경우에도 생리가 끊길 수 있다니. 무월경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난소의 기능이나 뇌 쪽에 생긴 혹의 문제 등이 있을 수 있다고도 하니, 장기간(6개월 이상) 월경을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내원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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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밖에도 생리대, 탐폰 대신 떠오르는 생리컵에 대한 이야기, 브라질리언 왁싱과 음모를 닦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질 출혈 증상과 흔한 가려움증에 대한 이야기, 냄새나 냉에 대한 이야기 등이 그림과 알기 쉬운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에 첨부한 사진처럼 의사와 나누는 대화 같은 페이지가 많아 전문 서적처럼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군데군데 주의사항과 문제 해결 팁들도 많아 집에 한 권 소장해두고 몸에 이상이 생길 때마다 들여다보아도 좋을 듯싶다. 사실 이런 내용은 한 번 읽어서는 외우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부인과적인 증상에 대해서는 누군가에게 편하게 물어보거나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바로 잘못된 정보에서 온 편견이 여전히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변하고 성에 대해,

성 역할에 대한 시각도 많이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도 편협한 시각은 여기저기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에필로그, 217페이지

  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 자신에 대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이니,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해당되는 얘기이긴 하지만, 유독 여성들은 그러도록 교육받은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쉽게 자위 얘기를 꺼내고 장난을 치던 남자아이들과 달리 성에 대해 잘 아는 여자는 문란해 보인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고 여자아이가 성에 대해 잘 모르길 원하는 부모도 많았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대조차도 구매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학생들이 보이는 건 사회적으로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증거 아닐까. 내가 내 몸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이상이 생겼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기회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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