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지식의 단련법>은 정보의 입력과 출력에 대한 효율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순하다. 결국 양질의 출력(글쓰기)을 위해서는 양질의 입력(읽기,

보기를 비롯한 여러 오감의 체험)을 해야 하고, 입력과 출력 그리고 그 ‘사이’의 과정은 술이 발효되는 일종의 화학과정으로 어떠한 일반론도 성립되지 않다는 얘기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하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빨리 찾으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후반부보다 앞부분에서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꼽아보면 .  

WBC를 보고 일본의 정보력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마침 이 책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넘버> 잡지의 창간호(1980년 4월 20일호)에 실린 <에나쓰의 21구>라는 다큐멘터리는

1979년 일본시리즈의 일곱 번째 경기 이야기다. 긴테스와 히로시마가 3승3패인 상황에서 우승을 걸고 대결, 히로시마가 1점 차로 리드한 상태에서 맞이한 9회말, 투수 에나쓰가 컨트롤 난조에 빠져 안타와 포볼로 순식간에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린다. 다큐멘터리는 이 순간부터 에나쓰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경기를 끝낼때까지 총 던진 21개의 공에 해서 에나쓰 본인은 물론 경기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꼼꼼히 발굴하여 구성했다고 한다.

한 구 한 구마다 투수의 심리의 움직임을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한 놀라운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1980년에 이미 이 정도의 비디오 기록이 가능했다니 일본의 기록문화는 혀를 내두를만 하다.

일본의 기록문화는 15~16세기부터도 판화에 그림과함께 여러기록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하니 이미 일상화된 기원이 오래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정보전쟁이라는 현대 야구도 꼭 하나의 정밀한 정보가 전체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정보들을 총체적 시각에서 배치하고 운용해내는 역량이 종합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게다가 세상엔 진실된 정보나 불변의 물리적 현상만 있는게 아니다.  거짓된 정보들이 섞이면서 문제는 복잡해진다.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고, 취사선택해야 하는데 특히 갈수록 정보의 양은 넘쳐나고 거기서
양질의 정보를 구분해내 가공, 활용해야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기엔 골라내야 할 돌들이 무수하게 많아진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 복잡한 정보홍수 시대(책은 1983년에 씌어졌으나 그 때나 지금이나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난무하는 방법론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자신만의 방법론을 빨리 찾으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특히,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섣불리 관념을 앞세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하고자 하는 기사나 테마에 관해서 구성을 짜고, 분류를 하고자 할 때, 사전에 미리 머릿속에서 ‘관념적으로’ 해놓은 분류에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으며, 철저히 현실에 입각한 분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글은 기억해둘 만 하다.

“분류할 수 없는 기사가 출현했다는 것은 기존의 분류에 들어맞지 않는 현실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새로운 현실에 맞추어 분류방식 쪽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틀을 만들면 지금까지 기성의 분류틀에 넣어두었던 것 중에서도 새로운 틀에 들어갈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반드시 현실화되지 않아도 괜찮다.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분류는 어디까지나 수단이다. 목적은 지적인 출력에 있다 그리고 보다 향상된 지적 출력을 위해서는 그러한 항목의 출현에 촉발 받아 사고의 틀 자체를 새롭게 생각해보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다.”  (45쪽)

즉, 밀도있는 출력작업을 위한 분류가 되어야하는 데 분류라는 도식에 집착하게되면 그 틀 안에서 허우적 댈 수 있다는 말이다.

자신만의 방법론과 거짓정보를 간파하는 법에 대해서는 결국 되도록 오리지널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좋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고전을 많이 읽는 것이 좋으며, 좋은 글을 읽고 자신의 문장을 다듬고 쳐내는 연습을 하는 등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는 동서고금의 진리인 것 같은데  한 줄의 테크닉이나 
 짧은 기간에 이룰 수 있는 통찰은 결코 아닌 것은 당연하다.

사족: 다치바나 다카시가 한국야구에 대한 글을 쓴다면? - 아마 자료가 너무 없어 투덜댈 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