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란 무엇인가
틱낫한 지음, 유중 옮김 / 사군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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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린다.
한 때는 새벽마다 산사에 올라가 108배를 100일 동안 해 본 적도 있고, 5,000배를 해 본 적도 있다.
그러다가 지난 1년 동안은 산사에 오르지 않았다.
아마 택시 운전을 시작하면서 힘든 현실도 있었지만 내 자신이 게을러진 것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다른 것에서 답을 찾는다.
 
무(無).
이것은 허무를 이야기 하는 것도, 배울 것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은 무상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도(道)를 깨우친 것은 결코 아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
 
이 책을 '사색의 향기'로 부터 받아서 읽기 전에는 책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즉, 나는 이 책을 죽국의 사서 중 하나인 중용과 같은 내용 정도로 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아는 만큼만 상상한다는 말이 얼마나 적절한가 그렇게 나의 성급한 어리썩음을 또 알게 되었다. 책을 번역하여 옮긴이 유중 선생은 '중도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 넘어서는 것'이라고 앞 글에서 말했다.
 
지난 날, 100일 동안 산사에 올라 금강경과 반야심경을 100일 동안 읽으면서 느꼈던 위의 열 두 글자의 의미를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립할 수 있었다고 말하겠다.
 
'중도를 깨닫다'라는 1장의 첫 머리에 나온 붓다의 깨달음에서 부터 책은 심각한 물음과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혹시 1겁 이라는 시간이 어느 정도의 시간인지 아는가?
이 글을 쓰면서 나 또한 궁금하기에 검색해 보니.......
 
1겁을 검색하다가 부부의 인연에 대해, 그리고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읽고는 엉엉 울다가 왔다.
사실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줄기차게 흐르는 눈물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고나할까.
 
아무튼 1겁은 천지가 한 번 개벽하고 다음 개벽이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이라고 한다. 대략 4억 3200만 년.
사실 상상이 안가는 시간이지만, 우리가 옷깃을 한 번 스치기 위해서도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한다니, 이 글을 읽는 분들과의 인연도 보통은 나닐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4억 3200만 년 동안 우리가 몇 번을 태어나야 만이 그런 인연을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여기에서 불교의 윤회설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 근저에는 '불생불멸(不生不滅) 불구부정(不垢不淨) 부증불감(不增不減).'라는 말이 있다.
즉, 세상의 어느 것도 새로 생겨나는 것이 없고 그리고 사라지는 것도 없다.
우리의 몸은 많은 무기물질과 유기물질로 이루어 졌고 그러한 물질은 우리 주변에도 흔히 있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저기 저 바위가 살아있는가? 죽어 있는가?
저기 저 바위에도 철분은 있고 내 몸 속에도 철분은 있는데, 그럼 내 몸속의 철분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조금 전에 마신 물이 내 혈관을 타고 흐르면서 나를 숨쉬게 하는데, 그럼 저 물은 산 것인가?
 
저것은 죽은 것인데 내 몸에 들어오면 산 것이 되는가?
 
윤회라는 건, 결국 눈에도 보이지 않는 원자가 때로는 돌이 되고, 물이 되고, 또는 다른 생명과 인간의 생명이 되기도 하면서 변해가는 것, 그것이 인연이다.
그래서 나와 나 아닌 것으로 세상을 나눌 필요도 없고 나눌 수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1억겁의 인연을 통해 만난다는 것도 결국 그러한 과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바르다는 생각도 바르지 않다는 생각도 선을 그어 분별할 수 없고, 내것과 내것 아닌 것을 분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리의 인연이 아니겠는가.
 
최근 갑이니 을이니 하는 논리, 그러나 들여다보면 갑도 을도 존재하지 않는다.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그러나 그것은 결국은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우리 모두는 안다.
다만 우리 가슴속에 스스로 만들어 놓은 우리의 울타리에 갇혀 있기에 생기는 일이며, 우리가 스스로 걷어 낼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할 때 만이 그러한 오해와 갈등을 풀고 진정한 삶의 환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틱낫한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글을 통해 이 책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머리를 어지럽히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자신의 정체성에 막혀 있거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을 풀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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