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K리그다 - 아시아 축구의 꼭짓점, 열정 스토리 가득한 K리그의 초정밀 보고서
김현회 지음 / 이른아침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은 축구팬에게 최악의 장소다. 2002년 월드컵 4강, 2012년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룬 아시아의 맹주 한국이 대체 왜? 학교, 군대, 동네 어디에서나 축구공을 차는 22명의 한국인을 찾아보기 쉬운 현실에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일까?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K리그 팬으로 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미없고 수준 낮은 축구를 본다는 조소를 들어가면서도 묵묵히 경기장을 찾는다. 글로벌 시대를 대비하라는 배려인지 우리 팀 경기를 힘겹게 아랍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마치 도청하듯이 경기를 관람해야 한다.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하는 K리그는 출범 30년이 넘었다. 열정의 축구 놀이터 K리그 클래식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전대미문의 승부조작 파문과 서포터 폭력 사태, 그라운드 난입 등 축구장 사건 사고는 K리그를 대표하는 주홍글씨였다. 하지만 미우나 고우나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K리그는 언제나 매주 주말이면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모두가 스토리가 없는 재미없는 축구라고 욕하는 K리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칼럼니스트 김현회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아마 엠파스 시절이었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칼럼이라면, 특히 축구 칼럼이라면 전문적인 선수 출신이나 해설자들이 날카롭게 특정 경기나 선수를 분석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현회는 달랐다. 분명 엠파스 스포츠 코너에 실리는 글인데 마치 말빨 좋은 동네 축빠 형이 막걸리를 마시며 푸는 유쾌한 ‘썰’같았다. 일단 글 자체가 정말 재밌었고 통통 튀며 신선했다. 게다가 처음 느꼈던 신선함은 탄탄한 내용과 구성에 놀라움으로 변했다. 그는 직접 경기장을 찾고 모두가 관심 두지 않는 숨은 곳을 재조명하는 일에 능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꼴통 짓’에 특화된 행동주의 칼럼니스트다. 그 어떤 기자나 팬이 직접 드래프트를 신청하고, 챌린져스리그 선수로 경기를 뛰고(최악의 데뷔전이었다.), 축구 응원가를 제작하고, 유소년 아이들에 껴서 축구로 살을 빼겠는가? 그의 글은 말로만 분석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딪혀 얻어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피드백이 빠른 한국 축구계에서 김현회라면 까고 보는 안티도 매우 많다. 하지만 나는 그의 글을 무조건 비난할 수 없다. 내가 보는 스포츠 칼럼에서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재치있는 글을 부지런하게 토해내는 사람이 김현회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돌아오니 경악할 정도로 양질의 칼럼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직접 관련 동영상 링크를 댓글로 달아주고, 소외된 선수나 감독, 경기를 재조명하는 사람은 오직 김현회뿐이다. 게다가 40~50년대를 비롯해 대한민국 축구의 사라져가는 역사를 재정립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다. 직접 인터뷰를 하는지, 사료를 찾아 재구성하는지 대단할 뿐이다.) 모두가 사랑하고 궁금해하는 글을 쓰기란 쉽다. 인기 있는 재료를 적당히만 다듬어내면 제법 훌륭하고 그럴싸한 축구 칼럼이 나온다. 하지만 모두가 주목하지 않고 별로라고 낙인찍은 소재로 유쾌하고 도발적인 글을 쓰기란 무척 어렵다. 대표팀에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관심에도 유소년, 여자 축구, 내셔널리그, 심지어 조기 축구까지 넘나드는 그의 관심사는 ‘대한민국 축구’ 그 자체다.

 

그럼에도 국내 축구 취재가 나는 더 즐겁다. 아무리 해외 축구에 대해 비판을 가해도 내 목소리는 그곳까지 들리지 않지만, 국내 축구는 다르다. 내 목소리가 현장에까지 전달된다. 또한 국내 축구를 취재하다보면 정을 느낄 수 있다. 포항은 K리그에서 우승하면 과메기를 선물로 보낸다. 현장감 넘치고 정이 넘치는 국내 축구 취재를 향한 내 열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책을 믿고 살 수 있었다. 칼럼 자체는 읽어본 글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클릭하며 읽어온 그의 무료 칼럼에 대한 구독료라는 생각으로 바로 책을 주문했다. 고화질로 실린 K리그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맨 마지막 장은 특히 더 유익했다. 경기장 소개는 물론 주변 맛집까지 추천하니 원정 경기를 가면 적혀 있는 꼭 가봐야겠다는 쓸데없는 경쟁심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수원, 성남, 상주, 광주, 부산 등 K리그 입장권 할인 혜택까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하면 책값보다 오히려 이득인 셈이다.

“K리그는 ‘전쟁, 도전, 전설, 소풍’이다.” 각 장의 소제목처럼 어김없이 3월이면 K리그는 봄과 함께 시작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깨우쳐주면서 나와 함께 늙어가는 친구 같은 K리그가 무척 기다려진다. 물론 시즌 개막만큼이나 K리그의 깊이 있는 ‘스토리’를 골 때리게 써내려갈 악동 김현회의 글도 매일 기다리고 있다.

“K리그는 골 때리는 김현회의 밥줄이다! 그리고 그의 글을 기다리는 축구 팬과 그의 공통분모다!”



행정력과 마케팅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적어도 실력 하나만큼은 아시아에서 최고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K리그다.

장담컨대 비행기 타고 5시간 이내로 이동해서 K리그보다 축구 잘하는 리그를 찾을 수는 없다.

아시아 최고의 리그, 바로 이 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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