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엔진 - 천사, 귀신, 부적, 종교, 징크스, 점성술...... 이성을 뛰어넘는 인간 믿음에 관한 진화론적 탐구
루이스 월퍼트 지음, 황소연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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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축구경기를 보다가 내가 화장실에만 가면 골이 터지는 걸까? 수업에 늦어 급한 마음에 백양로를 뛰어가는 내게 이 아주머니는 왜 자꾸 하나님의 존재를 강요 하시는 걸까?

 

이런 단순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었던 나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책을 수업 시간에 추천받았다. 다양한 목록의 추천 책 중에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천사, 귀신, 징크스 등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듯싶어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이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우리의 다양한 믿음을 진화생물학, 사회심리학에 기반을 두고 분석하며 매우 많은 사례들과 이론을 들어 설명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 했을 때 내가 기대했던 흥미로운 주제가 아닌 딱딱한 말투로 인간과 동물을 비교하며 과학적인 분석을 나열하는 듯해서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배웠던 바넘 효과(Barnum effect), 인지 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 등장해 느꼈던 반가운 마음과 간간히 나오는 사진의 흥미로움(p.176쪽에 나오는 거울 앞에 거식증 소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신선했다.) 덕분에 계속해서 책을 붙잡고 있게 되었다. 그러다 뒷부분에 가서 UFO, 징크스, 마법 같은 사례들이 나오며 더욱 탄력을 받고 책을 읽게 되었는데 다 읽고 보니 앞부분의 내용이 결코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닌 믿음의 엔진’, 메카니즘을 형성해 나가는 단계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두뇌 속에 형성된 메카니즘, 즉 모든 일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려 하고 그 속에서 안정과 행복을 이루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태도가 뒤쪽에서 설명하는 모든 일들을 설명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지은이의 주장은 역시 과학자답게 다양한 실험과 사례들로써 타당성을 얻고 있다. 안전벨트 착용과 사망률과의 관계, 포비넬리의 침팬지 실험, 도구제작에 관한 인간의 우수성 등 모두 정확한 수치와 권위 있는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라 더욱 신뢰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치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플라시보 효과의 본질부분에서 더욱 더 지은이의 생각에 동의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의 어린 시절 경험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천식으로 인해 밤마다 호흡곤란에 시달리며 울고 아파했다. 그런 나를 보며 아버지는 재빨리 기관지 확장제와 함께 사탕을 주시며 손가락을 시원하게 눌러주셨다. 그러면 기침을 하며 아파하던 나는 다시 곤히 잠에 들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탕과 손가락을 눌러주시던 아버지의 행동은 천식 증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흥분 상태인 나에게 사탕과 아버지의 따뜻한 손은 내 머리 속에 이미 치료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 것이었다. 이렇듯 나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믿음의 엔진에 대한 체험은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믿음의 엔진에 대한 신뢰를 강화 시켜 주었다. 또한 공감했던 부분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메카니즘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해 나가지만 지은이는 종교에 적대적이거나 또는 과학적 설명이 종교적 믿음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극단적으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신도들을 경멸하고 공격적인 선교활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무신론자이지만 분명 종교가 지니는 긍정적인 측면 역시 이해하는 점에서 그의 입장에 수긍 했다. 만들어진 신으로 유명한 도킨스는 신앙을 버리라고 대중을 설득하고 선동한다. 그러나 월퍼트는 나는 내 아들이 열성 기독교 신자가 됐을 때도 말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은이는 믿음의 엔진을 기반으로 한 진지한 태도로 현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신앙으로 뭉친 이들의 믿음 역시 이해해 준다. 분명 그들 역시 인간 본성의 메카니즘을 통해 형성된 신앙을 통해 행복을 추구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의 믿음을 존중해 주고 하나의 입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 위주의 소설책과 관심 있는 분야의 자서전을 위주로 독서하던 나에게 분명 이 책은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며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무언가 얻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대학생이 된 나에게 좋은 경험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기분 역시 어려운 책을 읽고 나면 그만큼 지적인 향상이 있을 것이란 나의 '믿음의 엔진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에 밑줄을 치는 나의 버릇이 있는데 이 책에선 믿음을 움직이는 건 희망이다.”(p.273) 바로 그 곳 이였다. 대학 새내기로서 모르는 것도 많고 나의 존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분명 존재하지만 긍정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내 자신이 성장해 나갈 것이란 믿음으로 움직인다면 분명 훌륭한 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을 움직이는 것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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