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4시간 - 내 인생의 숨은 기적을 찾는 즐거운 프로젝트
신인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무한도전>으로 시작해 <1박2일>로 끝나는 허무한 주말? 무한도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무도빠로서 매우 눈에 확 띄는 부제를 가진 책이었습니다. 어디 얼마나 대단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무한도전을 까는 거냐는 심보로 토요일 내 시간 네 시간을 투자해 오고 가는 지하철에서 읽어보았죠. 생각만큼 뻔한 내용이었지만 생각보다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토요일 4시간을 음악, 그림, 스포츠, 요리, 인문학, 여행, 자연 과학 같은 다양한 양질의 취미 생활에 투자하여 조금 더 높은 삶의 질을 확보하자는 내용입니다. 

 

뉴욕 카네기홀에서 3,000여 청중을 앞에 두고 연주를 하기도 하고, 수많은 기자 틈에서도 왼손으로 자신의 바이올린을 꽉 쥔 음악가는?

 

No.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이야기입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덴마크 요트 국가대표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조그만 섬 출신 부동산 회사 직원 메리 도널드슨과 결혼한 운동선수는?

 

No. 왕세자 안드레 헨리크 크리스티안의 이야기입니다.

 

1957년 북미 지역에서 성황리에 순회전시를 하였고 홀마크란 이름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히트시킨 화가는?

 

No.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입니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정상을 달리면서도 취미 생활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고 이를 발전시켜 명예로운 자리에까지 올라간 이들입니다. 우리가 이들처럼 엄청난 재능이나 부, 여유를 가진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라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말 그대로 우리가 투자할 '내 시간 4시간'은 '취미'를 위한 시간이지 '직업'을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반드시 국가대표가 되어 메달을 딸 필요도, 엄청난 관중 앞에서 찬사를 받으며 연주를 할 의무도 없으며 누구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1등이란 성과가 아닌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한 재충전이기 때문이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 꿈꾸던 일을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씩 이루어나가는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한 법이죠. 자기계발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미래의 더 나은 자신을 위한 투자입니다.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부러운 점이 있다면 악기 하나 쯤은 다룰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운동 하나쯤은 꾸준히 해온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스포츠는 조금 다른 환경이죠. 기본적인 소양 교육도 잊은 채 운동에 올인해버리는 엘리트 체육이 근간인 우리나라 현실이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공부하는 운동부, 주말 동아리 축구 리그 등 기분 좋은 변화가 나타나기에 기쁩니다.) 같은 양의 공부를 해도 취미 생활로 휴식하고 하는 이와 무작정 책상 위에 앉아 묵묵히 있는 이는 분명히 능률 면에서 차이가 있는 법이죠. 모두가 빠르게 살아가고 효율성을 철저하게 따지는 스펙 경쟁 시대에 '그깟 공놀이, 그깟 악기'에 투자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진정한 효율성은 쉴 때 쉬어주며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순간 높아지는 법이니 말이죠. 게다가 언제 어디서 나와 취미를 공유하는 반가운 이를 만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보험이란 개념도 얼추 맞아 보입니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직장 상사와 복식 경기를 함께하며 직장 생활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을 자연스레 들을 수 있다면? 외국 거래처 임원과의 중요한 계약 전에 딱딱한 분위기를 월드컵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인간이란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법이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아니죠. 길동무가 좋으면 길도 가까운 법입니다!

 

일과 취미 사이 균형을 위해 제안한 컨버터 개념 부분에서는 그다지 큰 공감을 얻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다양한 취미의 길을 알려주어 유익했습니다. 항상 축구, 테니스에 주말을 쏟아부으며 어느 정도 부지런하고 꾸준히 '토요일 내 시간 4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더욱 욕심이 생겼습니다. '의욕과 태도는 훌륭하나 박자 감이 부족함'이란 수행 평가 점수를 받은 제가 기타를 손에 잡아볼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뭐든지 맛있게 먹고 설거지하는 데 소질이 있는 제가 직접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 마음먹었으니 말이죠. 아직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 나은 내 삶을, 무료하고 무기력한 노년을 보내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지 간에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책 덕분입니다. 인생이 아무리 정신없고 빠르게 지나간다고 하지만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아직 훨씬 더 많은 나이니깐요.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우리가 비록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적인 두뇌를 갖지는 못했지만, 알베르 왕자나 앤 공주처럼 왕가의 혈통을 타고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리고 하퍼 총리처럼 성격이 다른 서너 가지의 일을 한꺼번에 완벽하게 처리해내는 엄청난 능력이 없는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열정이 있다면, 그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의욕이 있다면, 그리고 그런 노력을 이 책을 덮는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잇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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