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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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치열한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접한 이민진 작가의 소설입니다.

이번주는 두번에나 택시를 타고 귀가할 정도로 정신없이 한주를 보냈는데요. 그런 와중에도 두껍고도 무거운 이 책을 손에서 놓치 않고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민진 작가의 코리아 디아스포라 삼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반은 한국인이고, 반은 미국인인 그래서 어느쪽에도 속하지만, 또 어느 한곳에서도 오롯이 인정받을 수 없는 그들의 고된 인생의 모습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더욱 아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생에서는 더 적게 말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승리하는 것 같았다. 케이시는 상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토막상식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었다. 승리자는 욕구가 적은 사람일까, 아니면 패자보다 더 큰 욕망을 지닌 사람일까?

P.148

명문대학교인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케이시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번번히 좋은 일자리, 안정적인 취업처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마는데요. 대단한 학벌, 거기에 어마어마한 학점까지 케이시가 미국인이었다면 겪지 않을 좌절을 그녀의 부모님은 인정하지 못합니다. 나의 희생으로 그러한 교육의 혜택까지 받았으니, 당연히 제대로 취직하라고, 그러한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그녀를 패배자 취급합니다.

1세대 이민자에게는 그들 나름대도, 2세대 이민자에게는 또 그들 나름대로 삶이 고됩니다.

터는 도적떼 두목처럼 오른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이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죠."

그녀는 그의 극적인 동작이 흥미로워서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여기 해외자산 부서는, 그러니까 일본과 아시아와 유럽 영업을 담당하는, 당신이 면접보고 있는 이 부서 말입니다."

케이시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 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윌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아니 그의 음성에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좀 알겠다는듯한 씁쓸한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윌터는 멘토처럼 말했다

P.162~P.163

이 책의 제목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라 지어진 이유인데요.

이 부분이 바로 소설의 모든 이야기를 아우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남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라는 것, 그의 신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케이시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恨) 많은 한국인이었다. 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을 돌이켜보니, 케이시는 제이와 함께하지 않응 미래가 두려웠다. 그가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제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그를 붙잡아준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나약하게 느껴졌다.

P.264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괘념치 않았던 미국인 남자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결심을 하게되는 동기 또한 한국인인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보지 않은 네가 내가 당한 이 고통을 이해해줄까? 이걸 단순한 피해의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케이시이지만, 어느새 그녀도 나의 다름을 상대가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케이시가 반박했다.

"아니, 틀렸어. 넌 너 자신을 해치고 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니."

사빈은 손을 뻗어 케이시의 손을 감쌌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실수를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야. 알겠지?"

p.289

케이시는 주변의 사람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모든 것이 너무 배려가 없다고 말이죠.

천천히 나의 길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주지 않는지, 나의 실패를 부질없는 짓으로 싸잡아내리는지......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겪는 진로에 대한 과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주변 사람들이 야속합니다. 내가 가진 거 하나 없는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과 실패의 과정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이죠.

하지만 주변 어른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 실패의 과정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로 가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골치 아픈 관계를 벗어나기 위한 단순한 도피처의 과정이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건 경험과 기회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해치는 행동이라고 말입니다.

이민진 작가의 소설은

처음 글을 열어가는 서사가 참 긴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아직 실제로 #파친코 에 대한 서평도 마무리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에서 2007년에 출간된 소설이다보니 읽다보면 문체나 글의 스타일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라 더 처음에는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중반이 넙어가면서부터는 아주 빠르게 속도가 붙는 소설입니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온 작가의 경험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라 묘사가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욱 그들의 거친 삶이 이해됩니다.

전세계의 케이시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인생에서는 더 적게 말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승리하는 것 같았다. 케이시는 상어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토막상식을 어디서 읽은 적이 있었다. 승리자는 욕구가 적은 사람일까, 아니면 패자보다 더 큰 욕망을 지닌 사람일까? - P148

윌터는 도적떼 두목처럼 오른팔을 천장으로 들어 올렸다. "이건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죠."

그녀는 그의 극적인 동작이 흥미로워서 이마에 주름을 잡았다.

"여기 해외자산 부서는, 그러니까 일본과 아시아와 유럽 영업을 담당하는, 당신이 면접보고 있는 이 부서 말입니다."

케이시는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팀이든 계약을 체결하면 부서 전 직원에게 점심을 사게 돼 있어요. 우리가 지난주에 계약 하나를 마무리했죠. 뭄바이 외곽의 대형 발전소.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인도 음식으로 한턱내는 겁니다. 알겠죠? 일본 담당이 계약을 마무리하면 스시를 먹겠죠."

"그렇군요."

"웃긴 건 이 사무실에는 연봉이 무려 일곱 자리나 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백만장자들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접시를 채운다는 거예요. 부자들은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요." 윌터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투에 비난하는 기색은 없었다. - P162

그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가 남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이라는 것, 그의 신념이 비현실적이라는 것, 케이시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피부색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백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지만, 굳건한 미국식 낙관주의로 무장한 제이는 케이시가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녀의 부모님에게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그들은 한(恨) 많은 한국인이었다. 제이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가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케이시에게 부모님의 슬픔은 너무나 오래된 것이었다. 하지만 방금 내뱉은 말을 돌이켜보니, 케이시는 제이와 함께하지 않응 미래가 두려웠다. 그가 너무나 그리울 것이다. 제이 없이 살아가는 것은 지옥이었다. 하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그를 붙잡아준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 P264

케이시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부모님과 동료, 사빈이 그녀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다고 했던 일자리를 고른 자신의 선택에 대해 변명하고 싶었다. 빌어먹을. 로스쿨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티나처럼 의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의 결정이었다. 왜 천천히 내 길을 찾으면 안되지? 왜 실패하면 안 되지?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라고들 하지 않나. 나 자신을 찾고, 내게 어울리는 색깔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굴 해치는 것도 아니잖아요." 케이시가 반박했다.

"아니, 틀렸어. 넌 너 자신을 해치고 있어. 내가 몇 번을 말했니."

사빈은 손을 뻗어 케이시의 손을 감쌌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야. 실수를 하더라도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뿐이야. 알겠지?"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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