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하지 않는 힘 - 나한테 너그럽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대니얼 스탤더 지음, 정지인 옮김 / 동녘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 판단하지 않는 힘 / 지은이 대니얼 스탤더 / 옮긴이 정지인

출판사 동녘 / 발행연도 2019년 12월 30일 / 가격 14,000원

만듦새 153x224(신국판), 무선제본 / 책임편집 정경윤

분야 심리, 자기계발 / 동녘 출판사 제공도서

*동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지난달 말에 받아두고 자기소개서 쓰느라 미뤄둔 책을 연휴 끝자락부터 읽기 시작했다. <판단하지 않는 힘>에서 에포케(epoche, 판단중지)를 떠올리는 건 흔한 철학과생의 전공병인가... 사실 에포케라는 단어를 삶의 방식으로 품었던적이 있다. 한창 상대주의에 빠져있던 대학시절에 '그럴 수 있지'라는 말(자매품으로 '근갑다 해'가 있다)을 달고 살았던 것이다. 절대적인 진리는 없으니 모든 일에 '그럴 수 있지'라는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취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앞의 내 방식이 철학적인 것이라면 이 책은 그것을 '사회심리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철학은 저 태도를 연역적으로 설명하고, 심리학은 귀납적으로 설명한다.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그러므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가 철학이라면, 개개인의 기본귀인오류를 수집해서 '판단을 내릴 때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라는 결론을 내는 것이 심리학이다.

눈치 챈 이도 있겠지만 책 제목에서 '판단하지 않는'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판단을 내려야 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판단하지 말라'가 아니다. 원제 역시 'The Power of Context'(맥락의 힘)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맥락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편향을 조심하라'라는 것이다.

저자는 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귀인오류를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기본귀인오류는 동시에 발생하는 두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개인의 특징이나 태도, 감정, 기호, 동기, 능력, 미흡함 등 기질적 요인의 원인적 역할을 성급하게 과대평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상황적 요인이나 구체적 상황들이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저자의 주된 생각은 이 기본귀인오류가 실제로 너무나 막강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편향을 범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개 "나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방식으로 발현된다. 저자는 이를 낱낱히 파헤친다. 편향과 기본귀인오류의 '장점'까지도.

사실 이미 이 태도로 사는 사람에게는 다소 지루한 책이다. 한창 '그럴 수 있지'에 빠져 있을 때, 주변인과 숱한 논쟁을 했던 탓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럴 수 있지'의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역시 절대적 진리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도 들었고(거기에 대한 내 답은 '그럴 수 있지'였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에 봉착해서 머리를 싸맸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에 나와 있는 예시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운전하면서 크게 화가 나는 경우도 없고, '피해자 탓하기' 현상은 머리로는 아는데 도저히 그 행위가 이해가 안 되는터라.. 책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 글쎄, 이것도 "나에게 너그럽고"에 해당하는 걸까? 이게 바로 평균이상효과인가!(자신은 좋은 족으로 평균 이상이며 편향된 다수에는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

철학적인 방법을 택하든, 사회심리학적인 방법을 택하든 이와 같이 편향을 경계하는 삶의 태도가 꽤 긍정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남에 대해 쉽게 판단해서 좋을 건 없다. 나에 대해 과신하는 것 역시 금물이다. 판단을 멈추고, 한 걸음 물러서서, 맥락을 살피자. 그러면 쓸 데 없는 분노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갈등에서 한 걸음 물러나 모든 사람의 행동에 대해 가능한 여러 원인들을 고려해볼 수 있는 능력에는 아주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원인이 맥락이나 배후에 숨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다양한 상황적 원인을 고려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분노를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하게 타인을 적대시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

(...) 요점은 다양한 상황적 원인에 관해 생각해보고 기본귀인오류를 피하는 것이, 분노를 최소화하거나 갈등을 예방하거나 일단 시작된 갈등을 더 빠르고 생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7장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대인관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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