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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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붕대 감기 / 지은이 윤이형 / 출판사 작가정신

발행연도 2020년 1월 14일 / 가격 12,000원

만듦새 108x190(국판 변형), 양장제본 / 편집 황민지 김미래

분야 소설 / 작가정신 출판사 제공도서

*작가정신 출판사 작정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윤이형 작가의 책도 매번 읽어야지 생각만 해왔는데, 작정단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다. 그것도 출간일보다 먼저! 따끈따끈한 신간을!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정말 너무 좋았다. 개인적인 경험과 얽혀서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포개져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조 덕분에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잠시 했다.

해미, 은정, 지현, 율아, 진경, 세연, 윤슬, 경혜, 채이, 형은, 효령, 명옥. 서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여성이다. 자 그렇다면 앞에 호명한 이들 중 누가 진짜 페미니스트인가. 손님이 머리를 하는 도중 흡연 욕구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미용실에 재떨이를 두는, 유능한 실장 해미?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무식한 아이 엄마'로만 남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는, 아이가 아픈 뒤로는 휴직하고 병상을 지키게된 은정? 탈코르셋 열풍과 헤어디자이너라는 본인의 직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불법촬영 편파수사 집회에 열심히 참여하는 지현? 시크릿 쥬쥬보다는 터닝메카드를 좋아하는 율아? 그 딸을 보며 "온 힘을 다해 응원해줄 거"라고 다짐하는 엄마 진경? 비혼으로 살며 페미니즘을 실천하며 사는(것처럼 비춰지는) 세연? 자신이 겪은 '여성혐오'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말을 삼가는 윤슬? 대학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대자보를 써 붙인 채이? 섣불리 나섰다간 되려 채이가 화를 입을 수 있다는 변호사의 조언에 침묵했던 경혜? 고립된 채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형은? 형은의 엄마이자 누군가에겐 좋은 선배였던 명옥? 그런 명옥을 따르며 함께 살기를 권하는 효령?

이 책의 많은 장면에서 여자친구를 떠올렸다.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거야?"라는 물음에서, 그를 떠올렸다. 나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혹은 그런 부모를 둔) 그를 보며 깨달은 게 참 많기에. 이전에는 '인문계고를 나오고 4년제 대학을 거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을 보면 '왜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손을 맞잡고 있는 이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 그제야 그 이유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평범하다'고 표현되는 삶에도 각기 다른 각각의 이유가 있었다. 비로소 내가 타인을 쉽게 판단했음을, 내가 무례했음을 깨달았다.

"어딘가에 속하기 위해서 일부러 악의를 품으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라는 대사에서 미러링과 같은 과격성을 배척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이 그의 페미니즘 방식이었구나,하고 뒤늦게 깨우친다. 합정에서 있었던 논쟁을 떠올렸다.(<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1> 독후감을 보면 나온다.) 나의 성별이 남성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혹은 좀더 쉽게 급진적인 활동을 옹호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 그날의 논쟁이 여자친구의 페미니즘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이켜본다.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페미니즘이든 인생이든 정답은 없다. 세상의 모든 서사에 귀 기울일 것. 내가 편집자로서 지향하는 제일의 가치이다. 항상 잊지 말자.


#책, #윤이형, #붕대감기, #작가정신, #작정단, #편집자지망생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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