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야마시로 아사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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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 작정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조사 결과 역시 환청으로 판명되어 내 머리가 다시 이상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그걸로 안심이다. 내 머릿속에서 끝날 환청이라면 아무 문제도 없으리라. 제일 평화로운 결론이다. 하지만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실제로 여자아이가 목소리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 그 목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찾아내서 무슨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내가 정상일까 봐 우려해야 하다니 얄궂기 그지없지만.”(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일본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거기에 호러라니. 더더더욱 오랜만, 아니 처음인가? '천재 호러 작가'라지만,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은 낯설다. 무엇보다 띠지의 '슬프고도 기이한 서정 호러'가 눈길을 끈다. 슬픈 귀신인가, 귀신은 원을 풀지 못했으니 본디 슬픈 존재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정 호러'는 잘 지은 카피다. 애초에 호러 장르를 잘 읽지 않아 다른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 놓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마다의 이야기가 슬픔의 감정을 슬며시 건드린다.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이모와 함께 사는, 하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후코의 외마디 비명과도 같은 외침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모는 늘 나한테서 소중한 걸 빼앗아 가. 하지만 이건 못 뺏을걸. 내 마음에 싹튼 이 감정만은 이모도 절대로 어떻게 못 할 거야."(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46판의 작은 판형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알맞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아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정폭력, 재해, 사고는 모두 어른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폭력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사회의 약자인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으로 스러져 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다만 그 묘사가 좀 불편하긴 하다.(도끼로 해체된다던가, 딸을 안고 대형 트럭에 뛰어든다던가..) 하지만 결국 표제작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에서 주인공은 그 가녀린 존재를 구해낸다. 이 책은 어쩌면 작가가 사회의 가장 약한 존재에게 건네는 사과문이 아닐까.

"각양각색의 인생이지만 하나같이 축복과 비애로 가득하다. 모든 필름이 별처럼 반짝여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는 운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죽은 자의 나라로 떠나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아이들아,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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