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월기
나카지마 아쓰시 지음,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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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진리지만 그것을 잊고 허튼 결정을 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반복적으로 들었기 때문에 절대 잊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삶의 명제가 눈 앞에 보이는 욕심으로 완전히 망각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 이런 결정과 망각의 결과는 예외 없이 후회라는 감정으로 찾아왔습니다.

명제라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반박의 여지가 없어 누구에게나 진실로 받아드려지는 사실인데, 이 것이 어느날 갑자기 변할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변하기 어려운 사실을 의심하고 망각해서 잘 못된 결정을 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걸까요? 누구나 다 이런 고민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에 답을 주는 좋은 책은 많이 있었습니다.
파엘류 코엘류의 연금술사, 서머싯몸의 달과 식스펜스, 윈스톤 그룸의 포레스트 검프,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이 저에게는 그러했습니다.
단, 지금 추천드리려는 ‘산월기’ 만큼 강하고 진정성있게 다가온 책은 없었습니다.

중국 고전에 정통한 일본의 나카지마 아쓰시라는 비운의 작가가 쓴 책 입니다. 33살의 젊은 나이에 지병인 천식으로 요절했다고 합니다.

책은 13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고 특히 이 중 ‘산월기’, ‘이릉’을 매우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책의 제목인 ‘산월기’는 아무리 뛰어난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소심한 자존심과 거만한 수치심을 그대로 방치할 때, 인간은 인간일 수 없다는 내용의 교훈을 주는 동화적 요소가 가미된 이야기 입니다. 일본 국정 교과서에 60년간 게재 중이라고 합니다.

‘이릉’은 어쩔 수 없이 흉노족에 항복하여 조국인 한나라를 등 진 명장 이릉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이릉이라는 이름은 사기의 사마천이 그를 변호하는 발언을 했다 한무제에게 궁형(거세를 시키는 벌)을 받은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기를 몇 편 읽었지만 흉노적에 융화된 이후의 이릉에 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꾀뚫고 있는 작가의 지식과 창의성이 우리가 모르는 이릉의 삶을 탄생시켰고 그의 삶과 대비되는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있다.'라는 아주 무거운 메쎄지를 우리에게 던져 줍니다.

이 두편 외에도 공자와 자로의 이야기인 ‘제자’, 최고의 경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명인’, 춘추시대 최고의 요부인 하희를 그린 ‘요부록’..… 작가가 경험한 식민지지를 위정자가 아닌 그 시대를 산 평범한 일본인의 눈으로 묘사한 ‘식민지 조선의 풍경’ 등 어느 하나 대충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최근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큰 실수를 범해 얼마전까지 매우 난처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진행형 입니다.
하지만 우연히 읽은 이 책을 통해 철저한 반성을 하게 됐고, 많은 고뇌와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습니다. 아니 더 나아가 그 실수를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심적 단련의 계기로 승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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