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권을 읽고나서 2권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1권을 리뷰하면서도, 나폴리 4부작을 안읽을 수는 있어도_
1권을 읽은 후, 2권을 읽지 않은 자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사실, 받아보고 두께에 깜놀.ㅎㅎ 무려 670페이지_
언제 다 읽나 했는데 릴라와 레누의 삶에 흡수되어 금방 읽어지더라고요.

1권에서는 나폴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릴라와 레누의 유년기부터 사춘기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요.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여러 감정들, 특히 이야기의 화자인 레누만이 느끼는 은밀한 감정들을 묘사했어요.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릴라와 레누, 주인공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청년기를 다루고 있어요.


"인생이란 한순간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거야_366_"



책 중반에 나왔던 이 말이, 릴라와 레누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느낄만큼 그녀들의 삶은 드라마틱해요.
전혀 예측할 수도 없고요. 그러나 그렇게 급변하는 그녀의 모습이 충분히 설명이 되고 이해가 가기에,
불편하지도 않고요.





릴라가 천박하고 부유한 남편의 우리 안에 갇혀 아름다우면서 추하고 선하면서도 사악해지는 동안 공부를 계속하면서 자신보다 늘 뛰어났던 릴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레누.

남편인 스테파노에게 흡수되어 자신의 경계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는 릴라.
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햄 공장에 취직해 또 다른 길을 찾아나서는데요.
3권은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 중에서도 자신이 오랫동안 사랑하던 남자마저 릴라에게 빼앗기고,
릴라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레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불현듯 왜 내가 아닌 릴라가 니노를 차지하게 됐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감정에 몸을 내맡길 줄 모른다. 감정에 이끌려 틀을 깨드릴 줄 모른다. 내겐 니노와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릴라와 같은 강인함이 없었다. 나는 항상 한발짝 뒤에서 기다리기만 했다.
리라를 그런 나와는 달리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갈망할 줄 알았다. 원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취할 줄 알았다. 열정을 다할 줄 알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모멸감도 비웃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릴라에게 사랑은 상대방이 자기를 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릴라는 니노를 가질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_404_



만약 릴라가 나 대신에 노르말레 대학에 입학했다면 릴라도 나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했을까. 로마 출신 여학생의 뺨을 때렸을 때, 나는 릴라의 영향을 얼마나 받은 것일까. 멀리 떨어져있는 릴라가 어떻게 내 가식적인 온화함을 걷어내고 내게 필요한 결단력을 주었으며 욕설까지 퍼붓게 만들었을까. 나는 어디까지 릴라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망설임과 두려움 속에서도 결국은 프랑코의 방에서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것도 릴라의 과감함을 배웠기 때문이었다. 프랑코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와 내 말라붙은 감성에 대해 깨달았을 때의 불만도 릴라가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 내 글쓰기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바로 릴라다. 나는 평생 내게 일어난 일이 릴라에게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지 끊임없이 상상해왔다. 릴라에게 내게 일어난 것과 같은 행운이 따랐다면 릴라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릴라의 삶은 계속해서 내 삶에 투영된다. 내 말에서는 릴라가 한 말의 메아리가 느껴지고 내 결연한 행동은 릴라의 행동을 재각색한 것이다. 내 부족함은 릴라의 과함 때문이었고 내 과함은 릴라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_471_



순간 나는 내가 거기까지 릴라를 찾아간 것이 교만심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좋은 마음에 애정을 가지고 한 행동이기는 하지만 그 긴 여행이 결국 릴라가 잃어버린 것을 나는 얻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릴라는 내가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료와의 마찰과 벌칙금을 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 나에게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승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자신의 인생은 나만큼이나 다양하고 무모한 모험으로 가득하며 시간은 그저 별 의미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니 가끔 이렇게 만나 한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과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정신나간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_652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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