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 - 아이에게 학습지 대신 풀꽃을 건네준 엄마의 산골마을 다이어리
신순화 지음 / 청림Life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숲속을 내복 바람으로 뛰어다녀도,
집 안에서 축구를 해도 괜찮아.



아이에게 학습지 대신 풀꽃을 건네준 엄마의 산골마을 다이어리_




표지에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마침 제가 그런 곳으로 이사를 한지 한달째인지라 더욱 궁금했고요.



요즘 저희 아이가 이리 지내고 있어요.
내복의 장화패션으로 사방을 돌아다니고요.
신나게 뛰어노니 밥도 잘먹고, 7시면 기절하듯 잠들고요.

청림라이프에서 이 책을 출간 전, 제목 응모이벤트를 해서 참여했었는데요.
저는,

너에게 초록을 주고싶어


에 투표했는데, 제목을 다른 것으로 결정되었네요 :)ㅎ
제가 아이에게 정말 주고싶은 것.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근 30년간을 아파트에만 살아온 엄마가,
큰 아이 9살, 막내아이 돌 무렵에 산골마을로 이사한 뒤에 써내려간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기억에 남았던 글들,

아파트보다 더 춥고, 불편하고, 할 일도 많겠지만 그 모든 것보다도 그 집에서 해볼 수 있는 일들에 맘이 끌렸다. 피아노를 하루 종일 뚱땅거려도 이웃집 눈치 볼 일이 없고, 집 안에서 축구를 해도 상관없고, 마당에서 친구들을 불러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집이 아닌가. 꽃 피고, 비 오고, 눈 내리는 모든 풍경을 현관문만 열면 바로 누릴 수 있는 집이다. 그것만으로도 어떤 불편함이라도 감수하고 싶었다. _22_


내가 언제까지 아이 공부와 성적에 대범할지 궁금해하는 엄마들도 있다. 나중에 아이가 많이 뒤처지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있다.
잘 모르겠다. 다만 나는 사교육에 목숨 걸 자신도 없고, 돈도 없다. 학교 끝나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가며 살고 싶지도 않다. 그저 나는 많이 논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소신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지금 우리 아들은 엄마의 그런 소신대로 징그럽게 놀면서도 놀 시간이 부족하다며 불평하며 살고 있다. 활자 중독이 있는 엄마를 닮아 책은 좋아하고, 어떤 일이든 한 번 꽂히면 몇 시간이고 붙들고 있는 성격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고집도 세고, 억지로 시키는 일엔 꿈쩍도 하지 않지만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누구보다 열심히 매달리는 아들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은 그 대상이 학교 공부가 아닐 뿐이라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학교 공부에 그런 흥미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_66-7_



아이들은 심심해야 한다. 심심할 새가 없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말 심심해봐야 궁리를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심심함을 없앨 수 있을지 뭐가 재미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심심하다고 보챌 때마다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달달한 간식을 쉽게 내어준다면 아이들은 자기 안에 품고 있는 한없이 넓고 넓은 세상을 끝내 발견하지 못한다. 정신을  쏙 빼놓는 만화와 예능 프로그램과 몇 시간을 들여다봐도 질리지 않는 스마트폰과 달달하고 짭짤한 간식거리에 마음을 다빼앗겨버리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은 퍼내고 퍼내어도 또 다시 깊이 고이는 신비한 우물과도 같다. 그러나 들여다보지 않고 퍼내지 않으면 쉽게 메말라버리고 만다. 아이들이 심심해하는 것을 불안해하지 말자. 심심할 틈도 없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고, 어딘가를 다니고 있다면 그것을 더 염려해야 한다. 충분히 빈둥거리고, 충분히 심심해하며 보내는 어린시절이 더 깊은 마음의 우물을 만드는 시간일지 모른다.
가만히 빈둥거리는 꼴을 보기 싫어서 학원으로 아이들을 내모는 엄마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들이 빈둥거려야 할 시절에 그렇게 해보지 못하고 자라면 정말 집중해야 할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빈둥거리게 된다._93-4_




눈도 많이 왔는데 그렇게 힘들게 어린 애들을 데리고 산길을 걸어갈 필요 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따금 몸과 마음이 푹신하게 고단한 일을 해봐야 힘도 생각도 쑤욱 자란다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껴왔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자기 힘으로 해낸 일은 그 다음엔 쉽게 받아들이고 조금 더 힘든 일엗 기꺼이 도전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_139-40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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