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파트가 지금처럼 이렇게 많아지기 전,
우리가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건,
사는 공간이 어느정도 생활을 정하기 때문일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옥은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항시 북적대던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
잔치하듯 음식을 넉넉하게 해
나눠 먹는 인심,
다람쥐처럼 뛰어 다니며 술래잡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옥이라서가능한 생활이었겠지요.
그리고 그 집에서 아끼고 공들여 살림을 하는
할머니와 엄마가 정성으로 온 가족들을
알뜰살뜰 보살핍니다.
어떻게 그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할아버지의 손길로 집이 생명을 가지고 탄생하여, 따뜻하고 밝은 시기를 거쳐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쇠퇴하고 소멸한다니!
이런 감성을 어찌 아파트에서 키울 수 있을까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의 한 주기를 마감한 집에 대한 저자의 어린 시절 한옥집 추억은 그래서 그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따뜻하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안녕,당신이 안부를 전하고 싶은 그것은 무엇입니까?
막대기를 잡고 똥을 누는 사이 사이 "할머니 막대기 잡았지? " 확인하며 무서워 하던 재래식 뒷간은 한옥의 최고봉이 아닐까요. 추억은 뒷간마저 그리움을 잔뜩 뿌려놓은 모양이다.빨간 종이 파란 종이 귀신이 나올까 두려움에 떨면서도 정작 신문지를 직사각형으로 가지런히 오려서 차곡차곡 반듯하게 할머니가 넣어 두신 신문지를 썼으니 그 빨간색 파란색 종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부뚜막에 올라갔다 솥뚜껑에 철퍼덕 주저 앉질 않나,
떡을 썰던 엄마가 잠깐 자릴 비운 사이
떡 대신 손가락을 자르지 않나,
의자를 옆으로 돌리면 재밌을 것 같아 올라갔다가
떨어져 팔이 부러지질 않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한가득 한옥집과 어울려 쏟아집니다. 마치 밤하늘에 별들이 쏟아지는 여름 밤 대청 마루에서 옥수수를 먹으며 옛날 얘기를 듣는 듯 합니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옛추억들처럼
저자의 이야기들은 아련함을 불러 옵니다.
사랑채 옆의 너른 땅의 푸성귀와 야채, 열매들과 할머니 냄새로 가득한 방엔 온갖 색으로 염색한 옷감들, 숨기 좋은 장독대...그 집을 다시 불러내 다정한 인사를 건넵니다.
안녕, 나의 한옥집

지금 어떤 집에서 어떤 추억을 쌓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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