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말뚝은 전복된 선박의 선원이었고 부모였다. 바다에 가라앉은 자식이었고, 길에서 죽은 청년이었으며, 정리 해고로 생명줄이 끊긴 노동자였다. 그게 전부 살아남은 사람의 기억으로 쓰여 있었다. 지우는 사람이 기록하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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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데르이아는…… 글쎄요. 사람 속은 모르죠. 마카오를 떠나기는 싫고 갈 데도 없는데 수도원에 있으면 밥도 주고 방도 주니까 그냥 머물렀을지도 모르죠. 마카오는 체류 비자 받기 힘들거든요. 수사 되면 매일매일 어떤 옷 입을지 신경 안 써도 되고 헤어스타일도 고민할 필요 없으니 좋았겠죠. 바카라 테이블에 앉아 베팅할 때마다 기도하고 성호 긋고 하면 기분도 좋고 든든하지 않았겠어요? 그랬으면 또 어때요? 어차피 당신도 믿는 대로 사는 거 아니잖아요.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요."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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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별안간 그 친구가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남의 아들이 아무리 잘나고 출세했어도 부러워한 적이 없는 제가 말예요. 인물이나 출세나 건강이나 그런 것 말고 다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실체가 그렇게 부럽더라구요. 세상에 어쩌면 그렇게 견딜 수 없는 질투가 다 있을까요? 형님, 날카로운 삼지창 같은 게 가슴 한가운데를 깊이 훑어내리는 것 같았어요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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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입이 걸고 안하무인인 무대소와 우리가 오래도록 거래를 계속했던 것은 물론 그녀의 무대소스러운 유능함 때문도 있었지만, 그 터무니없는 당당함에 압도당한 때문도 있었다. 그 무렵엔 참으로 당당한 사람이 귀했다. 그녀가 거침없이 잘난 척하는 게 밉살스럽다가도 문득 부럽고 보배로워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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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그러지 않았어?
도호는 장난스럽게 표정을 고치며 내 코를 가볍게 쥐었다 놓았다.
너도 내가 돼봐.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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