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믈렌, 당신 끝까지 내 돈 갚지 않고 가네요. 조심히 가요. 내 빚 갚지 말고 계속 안고 있어요. 그걸로 당신 계속 기억할 테니 서러워 마요. - P-1
이름이 불린 뒤부터 빛나기 시작한 그는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밝기를 더해갔다."인자 보내줘야지."순애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P-1
테믈렌. 그게 말뚝의 이름이었다. 그는 몽골에서 입국해 십이 년간 제련소의 하청 업체 직원으로 일한 제련소의 노동자였다. 카드뮴 중독이 원인이 된 간부전으로 사망했다. - P-1
누군가에게 말뚝은 전복된 선박의 선원이었고 부모였다. 바다에 가라앉은 자식이었고, 길에서 죽은 청년이었으며, 정리 해고로 생명줄이 끊긴 노동자였다. 그게 전부 살아남은 사람의 기억으로 쓰여 있었다. 지우는 사람이 기록하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 P-1
"앤데르이아는…… 글쎄요. 사람 속은 모르죠. 마카오를 떠나기는 싫고 갈 데도 없는데 수도원에 있으면 밥도 주고 방도 주니까 그냥 머물렀을지도 모르죠. 마카오는 체류 비자 받기 힘들거든요. 수사 되면 매일매일 어떤 옷 입을지 신경 안 써도 되고 헤어스타일도 고민할 필요 없으니 좋았겠죠. 바카라 테이블에 앉아 베팅할 때마다 기도하고 성호 긋고 하면 기분도 좋고 든든하지 않았겠어요? 그랬으면 또 어때요? 어차피 당신도 믿는 대로 사는 거 아니잖아요. 함부로 평가하고 비난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어요."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