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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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 작가의 이전작 피로사회를 봤을 때의 느낌은 대한민국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고 보여질 만큼 깊은 통찰력이 느껴졌고 현대사회의 문제를 완전히 꿰뚫었다. 과도한 성과사회. 그리고 긍정 사회의 현실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란 걸 보면서, 유독 대한민국이 더 빨리 나타났다는 걸 느껴 안타까움이 컸었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폭력이라는 주제에 깊이 있게 통찰한 하나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의 역사부터 시작해, 폭력이 일어났던 사건과 현상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소개한다. 그의 전공이 철학임에 따라, 폭력이라는 주제에 관해 수많은 철학자의 논리가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철학에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철학자들의 이름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논리의 탄탄함은 더욱 풍성해진다.

 

책의 162p에서 나오는 구절 오늘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과잉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스팸화를 초래한다.”라는 구절을 보고, 현대의 카톡 문화와 안전 문자를 돌이켜 본다. 잠시 한 눈을 판사이에 쌓인 단톡창의 카톡을 보다 보면, 정신이 아늑해진다. 알림을 꺼둔다고 해도, 쌓여있는 숫자만으로 피로감을 느낀다. 특히나,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시 각각 울리는 안전 문자 소리를 들을 때마다, 스팸 문자와 뭐가 다른지 의아해질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스팸은 차단할 수 있지만, 안전 안내 문자는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일 거다. 누군가를 위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것들이 오히려 누군가를 피해 입히는 이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폭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이끈다고 하는 부모의 엄벌이 오히려 자식을 상처 입히는 아이러니. 친구를 위한다는 말로 행해지는 말이 상대방에게는 폭언으로 느껴지듯이, 우리 사회의 폭력은 인간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생기는 커뮤니케이션의 혼돈이 주 원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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