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1, 질리도록 책을 읽고 온갖 고전을 찾아서 보았다. 존 스튜어트 밀, E.H., 밀란 쿤데라, 소스타인 베블런 등 뛰어나다고 여겨지는 이국 학자의 지식을 답습하려고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목표로 한 11독을 끝마치고 지금까지 읽은 책과 지식을 돌이켜 봤을 때 나의 사유 상당수가 외국의 시선에 치중된 것을 느꼈다.

 

 

한국(동양)의 고전보다 이국의 것들을 더 중요시 여긴 건 2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현대에서 지식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다수가 서양에서 왔기에 그 문화에 들어가려는 나의 욕구가 상당수 반영됐다. 둘째는 한국이 개혁개방과 신문물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굴욕적인 역사적 상황을 겪었다는 나의 주관적 인식 때문이다. 정민 교수의 글은 내 생각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고전에 담긴 내용은 오랜 시간을 거쳐 축적되어온 지식이자 보편적 진리라고 한다. 동서양이란 지리적 차이가 있더라도 핵심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이야기 동양 신화라는 책에서도 서양의 그리스, 북유럽의 탄생신화와 궤를 같이하는 동양의 이야기가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어 북유럽에서는 세계를 탄생시킨 유미르라는 거인이 존재하는데 이를 아스가르드의 신들이 물리치고 만물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양은 혼돈에서 반고라는 거인이 태어나고 시간이 흘러 노쇠 된 몸이 쓰러지면서 인간과 생명이 탄생했다고 한다.

 

 

한국의 사상가들에 대한 편견도 이 책에서 상당수 깨졌다. 허준의 동의보감이 중국에 역 수출되면서 조선의 의학 위상을 높인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다산의 일화도 흥미 깊다. 정약용 선생이 평생 700여 권의 책을 저술해낸 가장 큰 원동력은 메모라고 한다. 시간 있을 때마다 고전을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과 자기 생각을 메모했으며 이를 발췌해서 모은 게 그가 집필한 수많은 서적이라고 한다.

 

 

책은 개인주의자 선언과 같이 지금까지 써놓은 글들을 모아 저술했기에 일관적인 구성은 아니다. 이 점이 조금 아쉬웠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한편 한편의 글 완성도는 뛰어나기에 출근/퇴근길 지하철이나 짬짬이 시간내 읽기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정민 교수가 글을 어렵게 쓰는 편이 아니라서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큰 부담은 없어 보인다. 전작인 오직 독서뿐도 군대에서 읽고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의미 부여를 준 책이라 추천할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