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 스키너 : 마음의 재구성 지식인마을 31
조숙환 지음 / 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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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의사소통할 수 있다. 동물이 사용하는 단순한 수신호에 비해 좀 더 복잡한 체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사회집단은 그 크기가 점차 증대했다. 문자는 인간의 고유영역이다. 다른 영장류는 교육을 통해 간단한 의사소통과 문자사용까지는 가능하지만, 인간처럼 국가, 경제에 대한 고도의 사고는 불가능하다. 언어 능력이 언제부터 발생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상반된 관점이 학계에서 맞붙고 있다. 하나는 스키너를 필두로 한 후천적 교육을 통해 발생하였다는 의견이고 반대편은 촘스키와 같은 선천적 언어능력이 인간에게 주어졌다는 쪽이다.

 

스키너는 언어학보다는 심리학으로 더 유명한 사람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권위에 굴복하는 인간이라는 악명 높은 전기실험을 들어봤을 것이다. 간략히 이야기하면 피실험자는 한쪽 끝에 있는 범죄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실험실행자는 묶여있는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이라고 전기충격을 마음껏 하라고 한다. 사실 이는 피실험자가 얼마나 권위에 복종하는지 보는 실험이고 묶여있는 사람은 범죄자가 아니라 연기자다. 피실험자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연기자는 아픈 척 비명을 연기한다. 실험 결과 80%의 피실험자는 버튼을 눌렀으며 그중 일부는 죽음에 이르는 단계까지 전기충격을 가했다고 한다.

 

인간은 선천성보다 후천성이 강하다고 보는 게 스키너의 견해다. 그는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언어를 듣고 자란다. 거기서 따라 하는 표현 중에는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 어른은 올바르게 사용한 언어표현을 칭찬한다. 긍정적 조건 반응을 토대로 아이는 문법적으로 올바른 언어표현을 사용하게 된다는 게 스키너의 생각이다.

 

촘스키는 스키너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선천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건 오랜 시간 동안 유전되었던 언어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가 같다. 아주 세밀한 차이가 호모사피엔스와 다른 유인원을 가르게 된 것인데 여기에 인간 유전자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언어유전자가 없는 다른 유인원은 아무리 교육을 거치더라도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수 없다.

 

내 생각으로 언어는 선천성, 후천성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있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발견된 야생 아이의 사례에서 볼 때 2살 이하의 나이에 구조된 아기는 교육 후 일반인처럼 언어표현이 가능했지만 10세를 넘어서 구출된 아이는 시간이 지나도 언어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일을 보고 토마셀로 같은 학자는 언어사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자폐증 환자의 경우에는 서번트 증후군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질 경우에는 언어능력도 같이 발달하지 못했다.

 

결국 언어능력에 대한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선천성, 후천성이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균형 잡힌 언어교육이 가장 필요한 건 확실하다. 그렇다고 아이의 상태에 맞지 않은 언어교육을 강요하면 제대로 된 언어습득이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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