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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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필멸의 운명을 가지고 있다. 생물은 그 운명을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자신의 자손을 남기고 내 유전자를 건네준다. 다른 포유류에 비해 인간의 생식 과정은 위험성이 상당하다. 개나 고양이의 아이는 태어난 후 바로 걸어 다닐 수 있지만 인간의 아기는 생후 몇 개월이 지나야 간신히 기어 다닐 수 있다. 이런 상황으로 태어난 건 자연선택 때문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생물체에 비해 두뇌의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자궁 속에 태아가 있으면 출산 위험도가 커진다. 이 때문에 아이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밖으로 나오게 되며 세상의 온갖 위험에 노출된다.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는 단순한 출산 관련 책과는 다르다. 과학자인 저자는 출산 과정의 과학적인 원리를 하나하나 설명해서 이해와 흥미를 돋운다.

 

9개월 동안의 임신 기간 동안 아이는 많은 변화를 겪는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외계인 같은 형상을 가진 태아에서 출생 시기까지, 다양한 생물학적 변화를 거쳐 간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조그마한 사람 모습 상태로 남자의 정액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미경의 발달로 인해 올챙이 같은 정자만 정액에 담겨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자궁 안에 있는 태아가 성장하는 단계에서 꼬리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곤 한다. 생명체의 유전자는 무척이나 복잡하기에 하나를 건드리면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봤을 때 처음부터 바꾸는 것보다 그 위에 덧씌우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특히나 흥미로운 점은 여자는 xx 염색체를 2개 가지고 있는데 성이 결정된 상황에서는 둘 중 하나가 스스로 사멸한다. x염색체는 y보다 유전적으로 담긴 정보량이 많아서 과도하게 염색체가 많으면 유전적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성은 x염색체 중 하나가 사멸하기 전에 서로의 정보량을 교환한다. 이에 따라 xx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여성은 부모의 유전자를 고루 간직하게 된다.

 

미 성숙한 아이는 어떻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일까?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 때문이다. 아이의 뇌가 충분히 발달하면 태반을 통해서 코르티솔이 어머니에게 전해진다. 호르몬 작용으로 인해 자궁은 좁아지고 불편함을 느끼는 아이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 자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는 과정은 이토록 경이롭다.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정치계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이다. 여러 대책이 마련되지만 정작 출산 자체를 산술적인 문제로만 취급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생각 역시 저출산 문제에 대해 너무 경제적인 접근만 고려했다. 다만 우리는 거시적으로 관점을 바라봐도 미시적인 세상에 존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산율의 감소가 결국 경제적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논리는 아이의 탄생이라는 위대한 과정을 평가절하 시키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이의 탄생은 수많은 고난과 경이로운 과정이 넘쳐나기에 절대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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