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지음, 류현 옮김, 한순구 감수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이 말은 경제학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고 200년이 지났음에도 저자의 말은 수많은 경제학자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최초의 경제학책이라고 불리는 국부론은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탐욕스러운 제빵업자의 욕심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로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한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긴다. 이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며 나라의 부를 증가시킨다. 고전 경제학의 기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혁명적인 사상은 현재 신자유주의라는 물결로 탈바꿈해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을 사회적 안전장치로 축소하고자 한다. 모든 건 시장이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쓸모없는 책으로서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애덤 스미스를 포함한 수많은 경제학자는 자기 분야의 일부에만 능통했다. 경제는 정보량의 증가 때문에 뉴턴 열역학 제 2법칙(자연상태에서 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커진다)처럼 불확실성이 끝없이 커진다. 과거처럼 일부 경제학자들의 판단으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긴 힘들다. 이 책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 경제학자들의 생각과 이론들을 설명함으로써 개인의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토드 부크홀츠는 사자(死者) 중에 자신이 중요하다 여길만한 학파의 중심학자를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학자 중 1명인 맬서스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는 18세기 말에 인구론이란 책을 낸 경제학자로서 인구수의 증가는 곧 재앙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논지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대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통계를 들었다. 맬서스는 다가올 빈곤을 없애기 위해서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한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선진국은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인구 증가율이 둔화하였으며 과학발전에 따라 식량 생산도 눈부시게 늘었다. 오늘날 식량은 몇 가지의 구조적 문제만 해결된다면(소고기 1kg을 만드는데 곡물이 100kg 사용된다. 따라서 우리가 육식을 그만두고 모두 채식으로 돌아간다면 아프리카에 있는 빈곤층까지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다) 전 인류를 배부르게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기후변화이다. 지구 온도가 늘어남에 따라 점점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토지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같은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출산율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맬서스가 말한 최악의 미래가 찾아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우린 어떡해야 할까? 화력발전을 그만두고 친환경 에너지로 바꾼다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마저도 쉽지 않다.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석유 가격이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단가보다 비쌀 때까지 전 세계는 화력발전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가 대체에너지로 시야를 옮겼을 때 이미 지구의 변화는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장에 모든 일을 맡긴다면 최악의 결과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케인스주의자들은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황이 발생했을 때의 원인으로는 수요량의 감소를 문제 삼았다. 고전 경제학은 세이의 법칙(공급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수요량도 늘어난다)을 믿고 공급량에만 신경 쓴 반면 케인스는 수요가 오히려 공급을 창출한다고 보았다. 그는 시민들의 구매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정부가 수요 진작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1930년대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케인스주의를 꺼내 들었고 큰 효과를 보았다. 다만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겪고 난 후 정부의 개입만으로 시장을 활성 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전 세계에 돌기 시작했다. 이후 고전 경제학은 신자유주의로 이름을 바꾸었고 대한민국 역시 IMF 화를 거쳐 시장주의 물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와 케인스주의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은 크게 우파 좌파로 나뉘면서 여러 정책에 영향을 준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하나 확실한 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두 개의 이론을 적절히 사용할 때 경제는 제대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이 경제를 어려운 학문이라고 여긴다. 나 역시 수학기호와 그래프로 가득한 경제학책을 보면 몸서리를 친다. 하지만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경제학자 개개의 인생 스토리와 비유를 사용한 이론 설명을 사용해 이해를 돋운다. 경제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라도 추천할만하다. 우리는 그들의 유산으로 이 땅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직접 묘비에서 절은 못하더라도 파란만장한 경제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