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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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시대가 도래할 때, 전 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이 현실이 되거나 조지오웰의 ‘1984’ 같은 날이 찾아올 거라 여긴 많은 사람의 두려움 때문이다. 2018년을 사는 현대인은 그때의 공포가 과장된 일이라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오히려 비관적인 전망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한 수많은 사람의 노력 때문에 우리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지 않은 건 아닐까? 나의 오랜 지론은 세상의 현실과 인간 행동은 비관적으로 보되 미래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라이다. 유발 하라리의 생각도 이와 비슷하다.

 

그의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는 비관적인 전망과 의문이 가득하다. 유럽권 분열의 시대를 넘어 결성된 EU는 브렉시트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21세기 신 나치, 파시즘으로 변질하고 있는 민족주의 때문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상상된 공동체에서 말한 긍정적 민족주의는 현대에 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인종주의적인 것이 민족주의로 느껴질 정도이다. 미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인만을 우선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미국인에 흑인과 히스패닉, 황인이 들어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을 누릴 수 있는 자와 그러지 못한 자로 종을 분화시킨다고 하라리는 경고했다. 부유한 자는 유전자 조작기술로 본인 또는 후손의 생명과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에 온 힘을 쏟을지도 모른다. 가난한 자는 지금과 마찬가지인 상황(또는 양극화된 부의 분배로 더 심각해질 수도 있는)을 유지할 것이다. 정보 역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엔트로피(정보)가 커지면 불확실성의 증가한다. 미래 사회는 확실한 지식이 자본으로 이어지지만,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 정보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인간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본연의 성질을 깨닫지 못해서다. 사피엔스의 편향적 성질은 대니얼 카너먼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말한 것처럼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서적 반응은 인간이 진화해오면서 최적화된 체계이다. 사피엔스의 동물적 성질을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산다. 유인원과 98%의 유전자 일치하지만, 인간이랑 침팬지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밈(문화)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피엔스는 동물의 한 종일 뿐이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문제라도 감정적으로 불편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야식으로 치킨과 맥주를 먹는 행위가 건강에 안 좋고 지갑의 무게를 줄인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우리는 심리적인 효용 가치를 우선해서 치킨을 주문하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다.

 

유발 하라리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사피엔스의 본능적인 영역들에 관해 설명하고자 할 때 철학과 역사, 과학을 넘나드는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구나 생각해봤을 법한 문제에 대해서 탄탄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한 그의 글은 성경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그는 종교에 대해서 개인의 견해를 밝혔다. 다만 비판적, 긍정적 관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걸 인정했다. 이점을 여기에서 밝히고자 한다) 하라리가 말한 내가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정신은 나 자신이다.”라는 문장에서는 가히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이 떠오를 정도이다. 우리가 자신의 창문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하라리는 명상이란 방법을 통해서 이미 체험했고(명상은 여러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독자들에게 에 대해 아는 것이 21세기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라고 거듭해서 말한다.

 

책을 서평 하다 보면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내려고 애쓴다. 나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해결책이 없다는 단점을 만들어냈다. ‘단점을 만들어냈다.’라고 칭한 이유는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지 답을 요구하는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사람에게 의문을 던져주는 학문이지 해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인문학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나 산업화 시대 결과 지상주의 교육으로 자라난 대한민국 국민에게 해결책 없는 일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만들어낼 만한 단점으론 해결책이 없다.’이다. 하지만 우린 반대로 생각해봐야 한다. 21세기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경제, 교육, 정치,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은 독자적인 영역에서 존재하는 게 없다. 서로가 끝없이 영향을 주는 게 현대의 사회(‘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참고)고 우리는 기저에 깔린 수많은 문제 원인을 알지 못한다(‘지식의 착각이란 책을 참고하면 인간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알 수 있을 거다) 그렇기에 우리는 복잡한 현대에서 섣부르게 답을 내리려고 하지 말아야한다. 끝없이 질문하고 회의해보아도 사회의 행동 양태에 대해 어느 정도 어림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21세기에서 사피엔스가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위에서 말했다시피 나에 대한 탐구이다. 자아는 혼자 형성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외적 자극(문화나 언어양태, 개인의 행동이나 공동체의 생각 등)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에 한 탐구는 이것들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행위이다.’ 이 같은 데카르트적 회의로 인해 사피엔스는 21세기를 나아가기 위한 바람직한 생각을 창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유발 하라리 작가의 신간을 볼 때마다 기대감을 멈추지 못한다. 2018년 동안 하루에 책 1권씩 읽고 있지만 지나갔던 수많은 책에 비해 하라리의 저서에서 더 깊은 감명을 느낀 건 그의 논리와 탐구력 때문이다. 그의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적 자극을 준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에 이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인류에 대한 그의 탐구와 걱정 그리고 사랑이 총집합된 성경책과 같다. 부디 유발 하라리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 더 많은 지적 자극을 나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금치 못하리라. 그의 제언을 새겨듣고 책장 끝을 접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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