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고원 위의 건축과 음악
김원갑 지음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가타리, 들뢰즈의 저 유명한 [천개의 고원]을 소화하기위해 읽어야할 책만으로도 20년이 걸린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한 철학자가 생각난다. 13개의 고원... 천개에서 13개로 많이 줄였으나 이 책도 소화하려면 다소 많은 제반지식들이 필요할듯하다. 그 필수불가결한 제반지식은 건축-특히 최신의 건축이론들-, 음악-다행히 요즘의 락음악-, 문학, 영화, 미술,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술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앞서 말한 다양한 장르들을 가상의 인물인 G를 통해 거침없이 풀어헤쳐 나간다. 때론 유년의 애틋한 추억을 통해, 현재의 고독을 통해 시지프스가 되어 끊임없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마치 간판이 무색한 어느 술집 한켠에 앉아 철학자이며 건축가이며 열혈 락 마니아인 저자가 술 한 잔 건네며 인생과 음악, 철학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달까. 책을 읽고 있으면 그 생생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 덕분이리라.


책에서 언급되는 분야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 있다. 특히 들뢰즈를 통해 락그룹 소프트 머신을 소개하거나 렘 콜하스와 데이빗 보위를 연결고리를 찾는 등 저자의 내공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 생각지도 못한 각각의 분야들을 연결시키고 대응시키는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이상야릇하고 도발적인 도판들은 책에서 적절한 양념 역할을 해 흥미를 북돋는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은 풍자와 유머를 넘나드는 보너스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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