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눈물, 작가 - 글로써 먹고 산다는 일 피땀눈물 시리즈 1
이송현 지음 / 상도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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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질문 하나, 인간은 살기 위해 먹는가? 먹기 위해 사는가


피땀눈물작가(이송현 글, 상도북스 펴냄)’는 글을 쓰기 위해 먹고살고, 먹고살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의 체험담이 솔직하고 발칙하게 담긴 직업 에세이다. 책표지에는 제 몸집보다 커다란 펜을 번쩍 든 여인의 큼직한 보폭이 그려졌다. 작가라는 업의 무게와 그럼에도 경쾌하게 내걷는 발걸음이 느껴져 쫄래쫄래 여인의 뒤를 쫓고 싶어진다. 책 하단에 띠지처럼 둘러진 핑크색 공간의 단 다섯 글자 작가 이송현을 그래서 펼쳐보았다.


이 책에는 마해송문학상, 사계절문학상,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까지 어린이·청소년 문학계의 넘사작가 이송현의 방송작가까지 넘나‘드는 맹활약이 담겨있다. 한때 대한민국 안방극장에 웃음폭탄을 날렸던 시트콤 지붕킥도 그녀의 손가락에서 탄생되었다니.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겨드랑이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진로독서로도 좋고,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사는 어른들도 꿈업일치의 가이드북으로 삼으면 좋겠다. 글로써 먹고산다는 일, 즉 꿈으로써 먹고산다는 일의 웃픈 민낯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야구에 죽고 못 살던 모 스포츠부 기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야구장에 출근도장 찍다 질려버려 사회부로 옮겼다던 풍문이 떠오른다. 그만큼 꿈업일치란 이루기도 버티기도 먹고살기도 힘든 일이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작가 이송현의 피땀눈물... 포복절도가 심금을 울린다.

 

작가님, 우리 학교는 초청 강연회 강연료를 지급할 때, 강연자의 학력과 사회적 위치를 판단해서 드립니다.”


전 박사학위 소지잔데요.”


행정실에서는 강연자의 사회적 위치를 중요하게 봅니다.”


사회적 위치는 어떻게 보는데요?” 

                                                                                     (p.57)


애초 약속되었던 강연료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을 일언반구 없이 떡하니 입금해놓고 저런 식의 대응을 보였던 S학교 에피소드는 읽는 사람도 화딱지 나게 했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자꾸 하고 싶은 거 못하고, 꿈을 접고, 직업선택에 남 눈치를 보는 거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말했다. 수영을 잘하고 싶어서 개구리가 되고 싶었으나, 양서류가 아닌 인간이라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열심히 피똥 싸며 책 써준 이송현 작가님께 갈채를 보낸다. 더불어 독자들에게 사회적 위치가 안녕하시냐고 물어주어 감사하다. 책을 읽기 직전까진 안녕하지 못했기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성공하는 글쟁이들은 사기를 잘 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다. 가짜를 진짜처럼 꾸미고, 뻥도 잘 치고, 거짓말에도 능수능란해야 독자든 시청자든 휘어잡는다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그런 생각을 했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의 마인드... 진짜였음 좋겠다!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먹고사는 일이 이렇게 의미 있고 응원 받아 마땅한 일이란 게, 정말... 찐이길.

 

어린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어린이를 무시하지 않는 대변인.


놀이터에 가면 남친을 사귈 수 있다는

           어린이독자의 연애상담을 허투루 듣지 않는 솔로작가.


똥구멍이 먹어야 하는 건 빤쓰뿐이라며 

           절대 그 구멍으론 나이를 먹지 않겠다는 깨인 꼰대.


이 모든 게 이 책을 수놓은 작가 이송현의 맑은 쌩얼이다.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우울한 이야기 말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그냥 쫌... 재밌고, 쫌 찡한 거. 왜 하고 싶은 거 못하게 뜯어말리는지 세상 답답한 사람들 속 뚫리게 하는 거. 그런 거 당기는 독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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