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베리. 열매 안에 쓸쓸하게 혼자 잠들어 있는 희귀한 콩.
나는 친절하거나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나만 생각하고 내 속엔 나만 가득하니까. 그러나 한편으로 다짐했다.만약 훗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어서 그 사람도 나의 손을 꼭 잡아준다면, 그때는 그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면 멈춰 서서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살피겠노라고.
한번 상처받은 마음은 어떤 상황도 부정적인 의미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친구의 이야기를 구와시마로부터 들었다. 그 친구의 애인은 ‘여친을 용서하네 마네.’ 하는 말 따위는 입에 담지도 않았을 것이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화를 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를 걱정하는 차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