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도 아니고 '심장개업'이라니, 제목만 보고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마음을 열어주는 곳일까? 심장과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일까? 온갖 궁금증이 기대를 자아냈다. 표지에는 기다란 젓가락들과 젓가락을 휘감고 올라가는 국수가닥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석양처럼 보이는 붉은 해 아래로 하얀 튤립과 얼굴이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모습이 이 책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이 책의 무대는 저승과 이승 사이의 환승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람이 보이지 않는 사막에 국수만 파는 통나무집이 있다. 차갑고 정이 없는 제 사장이 내놓는 국수 한 그릇에는 국숫집에 오는 손님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인다. 이 환승지역에 불시착한 채이는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제 사장의 국숫집에 들어간 채이도 국수 한그릇에 자신의 운명이 담긴 구슬도 넣어 먹어야 자신의 운명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구슬이 없다. 채이가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구하기 위해 제 사장은 채이가 이 곳에 있는 것을 허락하고 채이는 임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이 곳에는 낮에만 국숫집에서 일하는 다미 아저씨가 있고 가끔씩 찾아오는 진 여사가 있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신기한 모습이다. 손님은 드문드문 오는 가운데 채이는 환승과 관련된 비밀도 알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막 밖에는 동굴산이 있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채이를 부러워한다. 그리고 제 사장은 자신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로 국숫집 밖을 나갈 수가 없는 형벌에 처해진 중이다. 국숫집에 온 손님들은 모두 자신의 운명의 실타래에 꼬여있지만 제 사장이 건네준 국수와 구슬을 넣어 먹고는 자신들의 운명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다. 자신 때문에 엄마의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딸과 딸이 있어 행복했다던 엄마, 누구보다도 친했던 두 친구의 사연 등 대부분 오는 손님들이 짝을 이루어 자신들의 사연을 전한다.진여사의 아픈 손가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국숫집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사연이 주를 이루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채이와 제 사장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된다. 더 이상 이야기를 적어내려간다면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재미를 빼앗을 것 같지만 깜짝놀랄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알려둬야겠다.이승과 저승의 환승구역이라는 판타지적 요소와 함께 한국적 인 설화에 모티브를 둔 [심장개업]은 삶에 대한 강렬함이 가득하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죽음을 벗어나는 것, 그 어떤 불행한 요소라도 자신의 운명이라면 바꿔갈 수 있다는 결심. 제 사장이 건네준 국수의 빨간 구슬이 자신의 삶을 뛰게 할 심장이었던 것처럼 내 삶에도 나를 뛰게 할 그 강렬한 무언가를 이제서야 찾는 중이다.#심장개업 #담자연 #소설추천 #책추천 #이승과저승 #환승구역 #판타지소설 #운명의실타래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