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6편의 동화가 나를 울렸다. 한참동안 가슴을 쓸어내리고 마음이 아파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짧지만 긴 호흡을 가지고, 무겁지만 알아야 하는 진실들을 마주했을 이 6편의 이야기들이 내게 온 것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동화들을 접하지 못했으면 이런 사실들을 잘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을테고 그것이 내겐 또 부끄러운 일이었을테니까.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1980년 9살의 나이로 프랑스에 입양 왔었던 마티아스 (정성수)는 어린 시절 보물상자를 열어보다가 입양당시 비행기에서 썼던 비밀 쪽지를 발견한다. 새 가족을 만난다는 설레임보다는 또 다시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불안과 긴장, 그리고 걱정과 화남이 더 컸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 잃어버린 한국어이지만 다시 생모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런 그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양부모의 따뜻한 시선이 와 닿는다.
<귀로 만든 수프>
프랑스 작은 도시에서 한글학교 교사로 일하는 나(배수진)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입양인 막심에게 한국어 요리반을 소개시켜준다. 수업이 익숙해져가는 어느 날 막심은 한국에서 어릴 때 먹어봤던 귀로 만든 수프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많은 고민 끝에 알아낸 귀수프의 정체는 바로 수제비. 수제비를 통해 한국의 엄마를 기억했고 그 수제비를 먹으며 우는 막심은 한국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막심을 불러낸 그리움이 기억나는 그런 음식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까시꽃을 먹고>
루디아 이모와 친구들은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며 자전거를 탄다. 그러다 아까시꽃을 보고는 멈춰서 그 꽃을 먹으며 한국의 보육원에 있을 때 먹을 것이 부족해 배고파 아까시꽃을 따 먹었던 일을 기억해낸다. 그 맛은 예전과 달랐지만 그 일은 이모가 한국에 가는 계기가 된다. 프랑스에온 한국 입양인들과의 모임에서 생모를 찾기 힘들었던 한국의 상황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아까시꽃으로 인해 함께 보육원에 있었던 동료와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생모를 찾을 뻔 했지만 생모가 만나지 않겠다고 하는 슬픈 이야기도 들었다.
<서 있는 아이>
한국에서 온 동희를 맞이하는 이네스와 루이즈는 기대감에 가득찼다. 동양인이 없는 동네라 조심스럽긴 했지만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잔뜩 얼어붙은 아이에게 레나로 이름붙이고 차에 태우려 했다. 하지만 레나는 차에서 계속 서 있어서 선 그대로 데려가는 동안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었다. 레나는 불안함과 무서움, 울렁거림 때문에 차에서 토하기도 하고 집에서 씻기는데도 앉질 않았다. 잘 준비가 되어도 계속 서 있는 레나에게 속으로 괜찮다 괜찮다 하다가 후회스러움에 이네스는 울어버린다. 그러자 레나가 이네스를 위로하며 토닥이다 같이 잠든다.
<나는 어디로 가나>
여덟 살인 재영이는 미국으로 입양을 가게 된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입양아기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공항에 도착한 재영이(제프)는 양부모와 함께 집에 왔으나 이미 7명의 입양된 형제들이 있었다. 집에서의 대우는 모든 것이 형편없었고 늘 버릇이 없다며 혼이 났다. 학교에서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모두들 집에서 나가고 싶어했고 제프도 독립해 혼자 살게 되었다. 혼자 살게 되었을 때는 형편이 쪼들려 힘들었지만 친구들도 생겼다. 그러다 친구 파티에 갔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채 마약을 전달하는 중에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가 전과자가 되었다. 2년후 전과자가 된 제프는 입양시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안해서 한국으로 추방당했지만 한국어도 모르는 제프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
사진작가인 박작가는 귀라는 사진전을 열고 그 사진들로 미국 출판사에서 책을 낼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미국의 독자들과 온라인 만남을 나눴는데 그 중에 입양인이었던 제임스의 질문을 통해 입양인들에 대해 무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도와주기는 어려웠기에 기도 같은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한국의 무속신앙의 힘에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만신들의 기도를 통해 많은 해외 입양자들이 위로를 받고 응원을 받으며 제임스도 용기를 내게 된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물결이 치다가 점점 출렁이더니 깊이 몰아치는 파도속에서 다시 헤엄쳐 나오는 것 같은 이야기. 입양인의 시선으로, 지인의 말투로, 입양인의 가족이 화자가 되기도 한다. 낯선 곳에 버려지는 슬픔과 걱정, 긴장으로 힘들어하는 입양인의 모습과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하고 아껴주는 입양가족들의 따뜻함도 있다. 하지만 제프의 양부처럼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무조건 입양을 해 입양한 아이들에게 상처만 남기기도 한다.
이 동화들이 더 슬펐던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이다. 우리가 더 얼마나 그들을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한국 역사 속에 이미 생채기가 난 해외 입양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가슴에 품고 또 위로할 수 있을지 이 책을 통해 묵상해본다.

[ 이 책은 에코북 서포터즈 3기로 활동하며 쓰는 서평입니다 ]

#비행기에서쓴비밀쪽지 #그린애플 #3기에코북서포터즈 #입양인을위한동화 #임정진 #하루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