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여우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카이야 판눌라 지음, 네타 레흐토라 그림, 이지영 옮김 / 우리학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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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아름다운 글과 그림만으로도 여우의 그림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 같다. 3년의 시간 동안 완성된 작가의 노고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음을 책표지에서부터 느껴진다. 붓을 물고 풀밭에 누워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걸까? 아니면 조용히 혼자만의 사색에 빠진 걸까? 그림 그리는 여우의 꼬리가 휘날리게 재미있다는 세 편의 이야기가 기대에 차게 만든다. 그림 그리는 여우, 혼자 있고 싶은 여우, 장미와 오소리와 여우 이렇게 3개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단독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우의 꿈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홀로서기, 슬픈 이별 , 우정 등 여우의 성장이 함께 연결되는 이야기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여우는 그림 도구를 잔뜩 사놓고도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이 많다. 풍경화를 그리기로 해놓고 지나가는 구름을 놓쳐버리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기 오소리들도 그릴 수가 없다. 음식을 그리려고 해도 배가 고파져 먹어버리느라 그리질 못하니 어떻게 해도 완성되질 않는다. 그 와중에 만나게 된 초록 스카프 여우는 모든 것은 나의 정원으로 여기고 그리기 시작하면 다 그릴 수 있다고 한다. 풍경을 달리 보기 시작한 여우는 불평스럽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부터 혼자 있고 싶어진 여우는 원인도 알 수 없이 자신 안에 갇히고 우울해한다. 스키를 혼자 타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보니 집에 초록 스카프 여우가 와 있었다. 차를 함께 마시는 두 여우의 모습에서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장미를 키우게 된 여우와 스라소니. 제멋대로 자라난 장미에 화가 난 여우는 그 장미들을 화단 밖으로 던지게 된다.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시작될 때 이웃집 아기 오소리가 죽자 여우는 아름다운 장미 꽃다발을 만들어 아기 오소리 무덤에 갖다 둔다. 슬픔이 가득해진 여우는 장미를 돌봐주지 못하지만 장미 곳곳에 자란 장미들을 보고 아기 오소리들처럼 여기게 되었다.
특별한 친구인 초록 스카프 여우를 만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혼자이고 싶었던 자신을 나눌 수 있게 된 그림 그리는 여우.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았던 부분들도 슬픔을 통해 이겨내고 다르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변화는 여우의 그림 전시회를 통해 좀 더 많이 성장한 여우의 모습으로 보였다. 평범함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가진 관점을 바꿀 수도 있고 나의 우울도 나누니 점차 나아졌다. 
핀란드 작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그림 속에 보이는 초록 숲과 붉은 단풍, 하얀 눈밭 모두 핀란드의 사계절을 닮아 있다. 한해의 풍경이 지나갈수록 쑥쑥 커지는 여우의 그림과 성장. 행복과 기쁨만이 아닌 슬픔과 어두움을 함께 지나가며 이겨냈기 때문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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