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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시계의 비밀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67
하이진 지음 / 북극곰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평소에도 워낙 시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첫 페이지에 있는 파스텔톤의 다양한 시계들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또한 슈슈의 밝은 뒷모습이 귀여워 보이면서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했습니다.
시계공장에서 시계를 만드는 슈슈와 친구들의 표정은 힘들어 보이기 보다는 장난스럽고 흥겨워보입니다. 단지 감독관인 고슴도치의 고함도 아무 소용 없어보이고요. 친구들은 야광 액체를 혀로 뾰족하게 다듬어 칠하는 일을 합니다.
불을 끄자 반짝반짝 빛나는 시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이는 무척이나 신기해합니다. 자기도 야광색을 칠해보고 싶다면서요. (사진은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모두 올리면 직접 읽는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서요)
일을 마친 친구들은 집으로 내려가다가 숨바꼭질 장난을 치기로 합니다.
숨바꼭질을 하는 장소는 그림만 봐도 알 수있도록 랜드마크들이 표시되어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일본 ,인도, 영국, 러시아..미리 책의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기에 왜 다른 나라에 가서 숨바꼭질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그려진, 하얀 연기를 내뿜는 공장들도요. 아이는 그저 숨어있는 슈슈와 친구들를 찾느라 좋아했지만요.
이 장면을 보고 아,, 액자 속 사진이었음을 눈치챘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상징이 있다는 것을요. 여기저기 숨어있는 슈슈와 친구들..까칠까칠한 고슴도치 감독관은 이놈들 어디 있어, 왜 일 안해를 연발하기만 합니다.
그리고는 불을 끄고 친구들을 찾아냅니다.
친구들은 돌아가는 길에 하늘로 날아가 별자리가 됩니다. 아이는 야광일을 해서 하늘에 별이 되는걸까? 라고 생각합니다.
시계 공장의 야광물질은 우리가 알고 있는 라듐, 방사능 물질입니다. 1917년 미국의 야광 시계 공장에서 일어난 실제 사고였고 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고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죽기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던 그녀들이었기에 헛되지 않은 그 죽음이 이 책에서도 하늘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별자리로 남았습니다.
야광시계의 비밀은 바로 방사능 물질인 라듐이었으며 슈슈와 친구들에게 죽음을 이르게 한 무서운 재앙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무섭거나 슬픈 장면이 없기에 그 죽음이 더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지만 저희 아이는 아직 모르겠죠?
저희 아이는 슬픔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도 슬퍼하고 우는 아이여서 슬픔이 내포된 이야기는 즉각적으로 보여주지 않는 편입니다. 이 책은 어른들이 보기엔 분명 산업재해의 고통(일본, 인도, 영국, 러시아) 과 슬픔들을 깨닫고 가슴아파지는 이야기지만 아이가 보기에는 신기한 야광 시계에 대한 흥미와 숨바꼭질 하는 슈슈와 친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지요.
이 책은 아이들에겐 상상력을 어른들에겐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생명경시에 대한 질책, 환경오염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결코 슬프거나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지만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가슴 한켠을 아릿하게 저려옵니다. 슬픈 현실을 슬프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웃음과 놀이로 가득차게 만들어서 보여주기에 그 슬픔이 더 가슴아프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이 더 귀하게 다가오고요. 별자리가 되어버린 슈슈와 친구들의 모습에서 반짝거리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저희 아이도 언젠가 야광시계의 비밀을 이해할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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