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독을 하고 나니 말을 타고 달린 기분에 사로잡힌다. 결말에 다다를 때까지 능수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소설을 끌고간다. 마치 새벽녘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신비롭지만 어딘가 잔인한 구전동화를 듣는 것 같아 좋긴 했으나 동화의 결말이 두가지로 나뉘는 건 어딘가 아쉬웠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죠 흐지부지 되는 인상이 들어, 이제까지 이렇게 우리를 채찍질하며 달려온 곳이 갈림길이란 말이야? 하는 배신감과 함께 기운이 빠져 버린다.
네루다와 메타포를 만나면서 천연색의 삶과 마주하게 되는 청년, 하지만 언제까지나 푸를 줄만 알았던 일상에 군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소설은 끝난다. 청년과 그의 시는 군부 독재에 밟히고 희생당한 칠레민중을 떠올리게 만들어, 에필로그에서의 편집장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내젓는 고개짓이 명치에 묵직하게 얹혀온다. 잊혀진 사소하고도 평범한 존재들, 그리고 메타포를 통하여 그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준 파블로 네루다. 소설은 그에 대한 예찬인 동시에 군부에 희생당한 무명의 존재들에게 부치는 송가로 다가온다. 아름답지만, 너무나 슬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