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 - 한·일관계 40년 경력 허남정의 1,111km 일본 도보종단 문화·의식구조 탐방 61일
허남정 지음 / 글로벌마인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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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렇게 내 편견과의 악연이 끊겼다. 이 책을 읽게 됨으로서 말이다. 일본은 막연하게 우리의 주 적, 언제나 원수지간의라고 무조건 믿고만 살았던 지난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멀고도 밀접한 줄다리기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하신 저자 허남정 박사의 책 ‘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는 위에서 짧막하게 강조한 사항들에 대해 무자비할정도로 객관적 팩트체크에 들어선다. 오랜 수 세기에 걸쳐 네덜란드 등 유럽과 문물교류를 통해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일본은 아시아지역 국가지만 유럽적 가치관도 일본인의 의식구조 저변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들에게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좋은 것을 자기들 고유의 전통과 사고방식과 조화를 이루도뢰 으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문화의 여러 특징들 중 인상적인 것은 융통성 없이 고지식하게 한 우물만 판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쩌면 장인의 나라로 불리는 것일수도 있다. 그 외 여러가지의 그들만의 특색을 띄고 있는 일본.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 힘만으로 살수 있는 자급자족의 경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 식민지 지배에 관한 일본 정부의 인식과 태도에는 확실히 문제가 많다. 이는 우리가 고칠 수도 없고 일본 스스로가 깨닫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본인들은 과거사를 잘 모른다. 과거사를 어느 정도 알고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기도 하다. 그렇다. 우리와 일본 사이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과거사가 존재한다. 그들은 똑같은 패전국이자 가해자인 독일과는 너무나 다른 행태를 보인다. 그들의 과거에 대한 부정과 억지는 우리를 분노케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작금의 혼란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지혜와 합리적인 인내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일본을 극복하고 우리의 주장을 일본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자부자강의 힘을 갖출 때까지 인내하고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반드시 서로를 미워할 거라는 생각은 양국의 정치권과 언론 때문이다. 정치권은 한일관계를 갈등으로 몰아가고 싶어 한다. 반일 또는 혐한은 뿌리 깊은 민족 감정을 바탕으로 해서 국민들을 한데 모으고 관심을 끌어오기 쉽기 때문이다. 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쉽게 이러한 유혹에 넘어간다. 그리고 언론은 과잉 선정 보도를 하면서 그 오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이렇게 되면 양국을 오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해지고 국가 안보에 대한 불안도 증폭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도 동시에 멍이 들 것이다. 이제는 문제를 만들어낸 정치권이 직접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된다고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고 싶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더 선명하게 이런 관념을 확립시킬 수 있었다. 그 만큼 이 책으로 인해 나는 지난 나의 일본에 대한 잘못된 편견, 그리고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여러 문제점들이 어떻게 파생되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에서 열변을 토하며 설명했던 다소 무거운 주제들 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저자 허 박사님이 여러 일본 지역을 탐방하시면서 겪은 각 지역마다의 특색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내가 그 중 가장 흥미롭게 여겼던 부분은 이러하다: “일본인들에게는 이미 일어난 재해를 복구하고 닥쳐올 새로운 재해에 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엄혹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이념이 아닌 실용적으로 사고하는’ 민족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생각해본다. 금수강산에서 사는 우리는 자연의 고마움을 잘 모르고 산다. 일본 열도가 방파제처럼 변화무쌍한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다행이다.”

이 부분은 예전에도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일깨울 수 있었다. 지리적인 측면에서도 일본이 우리 대신 자연의 재해를 선제 대응해주는 것 또한 어찌 보면 웃프지만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참 재밌다! 여러 가지 겉 핧기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이웃 옆 나라에 대한 아주 조그만한 정보까지도 친절하게 500페이지 남 짓하는 종이 뭉치 속에 들어 있어서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까지 일본에 대한 무지한 나의 편견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무작정 그들을 ‘원수’라고 칭하기 보다는 여러 측면들을 고려해봤을 때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필요로하는 우리의 '숙명적 이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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