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 진심으로 인생을 마주한 19인의 공감 스토리텔링
박상미 지음 / 해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는 에두르지 않는다. 성의 없다 싶을 정도로 간결하게 묻는다. 자칫 통속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질문들도 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답하는 19명의 대답은 묵직하다.

 

인터뷰이에게 "아저씨,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인터뷰어는 드물다. 그 힘은 무엇일까? 나는 '진심'이라 생각한다.

 

사랑, 삶, 인생, 꿈, 희망, 진실 등의 단어들이 속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진심어린 대화의 힘이다. 작가는 진심으로 인생을 마주한 19명의 독자가 되기도 하고, 벗이나 제자, 혹은 가족이 되어 진심을 다해 묻는다. 진심과 진심이 만나 공명을 일으킨다. 공감이다.

 

공감의 기운.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19명의 진심들과 대화를 나눈 자리, 그 말석에 앉은 기분이 들었다. 아픈 질문에는 머뭇거리는 것이 보이고, 눈물을 흘리기도 닦아주기도 한다. 그렇게 19명의 삶을 발견한다. 작가가 발명해낸 공감의 인터뷰.

 

모두 다른 19명의 삶에는 동일한 사명이 느껴진다. 성공적으로 완결된 삶이 아니라 아직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위치에 서 있는 것. 그 사명은 죽은 자들에 대한 기억이고, 사회적 폭력에 대한 대응이자, 자신을 이끄는 무엇에 대한 신실한 응답이다. 결국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박상미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세상엔 완벽한 사람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얻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들은 마지막엔 반드시 꿈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 꿈을 사랑이라 불러도 좋겠습니다. "

 

여담이지만 연재를 빠트리지 않고 챙겨봤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성실한 자세가, 따뜻한 시선이, 무모하리 만치 서걱거리는 정곡의 질문들이 좋았다. 무엇보다 먹물 묻은 젠체하는 글이 아니어서 좋았다. 책이 나왔다. 빛나는 다른 인터뷰들이 많았기에 활자화 되는 출판의 과정에 선택과 집중이 있었으리라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고백컨데 제목에 고개를 갸웃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다리던 책이었기에 단숨에 읽고 난 후에야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는 책제목이 추체험처럼 다가온다. 사랑은 (무엇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19명의 삶들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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