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좋은 날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5
현진건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5년 3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 미친듯이 책을 읽었다. 하루에 장편소설을 한 권씩 읽어나가며, 무수히 많은 책을 읽어나갔다. 책이 그냥 좋았다! 그렇게 읽었던 많은 책들 속에서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읽어서 기억나지 않는 많은 책들 속에서 이 책의 내용은 기억에 남았다.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런데 주인공들이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부인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술는 김첨지, 부인들을 고생시키는 빈처와 술권하는 사회의 남편들, 노처녀 히스테리의 원조 B사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시대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그저 이 소설이 유명한 것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다시 이 소설을 읽게 된 지금,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크게 영향을 준 작가의 기가막힌 구성력에 박수를 보낼 수 있었고 그때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이 이해가 가고, 보이는 글 안의 깊은 감정의 혼란들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안타까웠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제강점기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시대에 간접적으로 살아볼 수도 있었다. 문학은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체험들이 있어야 하는 것임을, 있게 만드는 것임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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