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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주의의 두 얼굴
노양진 지음 / 서광사 / 2007년 8월
평점 :
상대주의 문제는 현대철학의 주된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은 상대주의 문제를 둘러싼 영미권의 주요 철학자들의 논의를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9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각의 챕터마다 핵심적인 논점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철학자 가운데 가장 커다란 반향과 영향력을 일으킨 철학자는 아마도 리처드 로티일 것이다. 로티는 풍부한 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쉽고 명료한 글쓰기를 통해 과감한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의 파급효과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이다. 그가 영미나 유럽의 철학자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재 해석한다는 점과 더불어 해석의 무한한 창출을 주잠함으로써 상대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로티는 자신의 입장이 상대주으기가 아니라 자문화중심주의라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주장 또한 허무주의적 상대주의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보여주고 있다. 퍼트남 또한 다원성을 내세우면서도 자기모순적인 상대주의를 피하기 위해서 형이상학적 실재론이 아닌 내재적 실재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내재적 실재론 또한 또다른 형이상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하 데이빗슨과 굿맨도 다원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상대주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자 했고, 또 그 난점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작업이다. 달리 말하면 상대주의를 뛰어넘는 시도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저자는 체험주의라는 흥미로운 철학관을 제시함으로써 상대주의 문제 뛰어넘기에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다. 그것이 현재 철학적 담론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 같다.
상대주의 문제에 관한한 이 책은 훌륭한 지도서다. 이 책에 소개된 철학자들의 논점을 따라가고 관련된 책을 덧붙여 읽으면서 영미철학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는데도 유용한 자료가 되줄 것이다. 비 전공자가 읽기에는 내용적인 면에서 다소 여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테지만 이 책이 가진 탄탄한 논리적 구성과 문장의 간결함으로 꼼꼼한 독자가 읽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