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반양장) 주니어 클래식 3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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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저자가 논어를 정말 좋아하고 공자를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했는지가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 떄문에 해석이 과하거나 의역이 지나쳐 오역이 된 부분이 보인다. 논어를 공부하는사람들에게 그렇게 해석하게 된 경위와 설명을 곁들여 주장을 편다면 모르지만 '주니어 클래식'이라는 이름처럼 논어 입문서일지도 모르는 책에 지나치게 저자의 주장을 넣은거 같은 오역은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짧은 공부지만 책을 읽으면서 지나쳐서 거슬렸던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p.179

"눈에 보이는게 독립된 개체라는 생각을 버려, 둘째, 세상에 관계가 아닌 개체로 이루어졌다는 말을 믿지마. 셋째, '나를 알아 달라'는 소릴 하지마. 넷째, 이기적인 행동은 하지 마. 나를 남에게 접속해"

원문 :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마라.)

 

-이 구절은 안연편 1장에 나온 부분에 일부인데, 극기복례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극기복례에 대한 이야기를 청하는 안연에게 나온 답인, 그 유명한 예가 아니면~, 부분인데 저자의 사견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전혀 원문을 알아볼 수 없는 방향으로 해석이 되었다. 논어 원문을 한 번 본 적이 있어서 읽으면서 논어에 이런 부분이 있었나, 하고 많이 당황했었다. 저자가 극기복례를 위와 같은 식으로 이해했기에 저렇게 풀이했지 않나 싶지만 논어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겐 지나치고 과한 번역이 아닌가 싶다.

 

 

p.254

공자 말씀하시다. "자주빛이 붉은색을 대신하는 것을 미워하고, 음탕한 음악이 정악(정나라 음악)을 어지럽히는 걸 미워하며, 날카로운 구변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

원문 : 子曰 "惡紫之奪朱也, 惡鄭聲之亂雅樂也, 惡利口知覆邦家者"(공자 말씀하시다. "자줏빛이 붉은색을 침해하는 거을 미워하고, 정나라 음악이 아악(궁중음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말재주가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한다.)

 

-이 짧은 단락에 말도 안되는 해석이 두군데나 있기에 저자의 한문 독해력이 의심갔던 문구이다. 우선 아악은 궁중음악-심지어 아악이란 단어는 조선시대까지도 쓰이던 단어였다.-을 뜻하는 용어이고, 정나라 음악은 그 시대 음탕한 음악의 대명사였다. 대부분의 논어 해설서에는 그 두가지가 그 시대 전제중 하나인데 이 책에서만 그 두가지가 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은 저자의 한문 독해력이 짧았거나, 책 편집 중 실수가 있어서 이기 때문 아닐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기에 그 뒤 개정판이 나왔다면 수정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오역부분은 날카로운 구변, 즉 利口에 대한 부분이다. 利는 대부분 이로울 리,로 읽히는 한자로 물론 다른 뜻에 날카롭다, 라는 뜻도 있다. 하지만 利자가 날카롭다는 뜻에 쓰이는 정도는 예리, 정도로 대부분 이자, 이익, 금리와 같이 이익을 뜻하는 경우가 더 많다. 利口를 날카로운 구변으로 보는 것도 나쁜 해석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일반적으로 해석 될 수 있는 '이익을 얻고자 하는 말재주'를 놔두고 왜 굳이 날카로운 구변이란 표현을 써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간다.

 

 

p.303

효란 동물적인 내리사랑을 쳐서 올리는 '치사랑'이다. 한낱 미물도 내리사랑은 다 갖고 있으니, 치사랑만은 오로지 인간만이 갖고 있는 미덕이다. 서양식으로 표현하자만 공자에게 인간은 '효도하는 동물'이다. 공자는 인간 속에서 이 치사랑의 힘을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사랑의 문명'을 구상한 것이다. 즉 내리사랑(자애)와 치사랑(효)이 교섭하는 사랑의 순환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따뜻한 에너지(이것이 화목이다)를 온 세상에 퍼뜨리자는 것이다. 가족에서 비롯된 화목의 기운이 넘쳐 문지방을 넘어 이루는 대동의 세계, 이것이 가화만사성이요, 평천하의 뜻이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치사랑의 의미와 치사랑과 내라사랑이 이루는 아름다움에 대해 공들여 설명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아름다운 사랑이 어떻게 화목의 기운을 퍼뜨리는 평천하로 이루어지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평처하의 전문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인 것인데 4개의 개념 중 수신과 치국을 제외하고 제가만 연결 시키면 논리적 연결고리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결국 그 연결고리의 부족함을 찾지 못하고 근거 부족함을 이 단락에서 민망할 정도로 드러내는데 어떻게 보면 학생용 논어 입문서라는 것에 쉽게 생각해서 책임을 방기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 동의할 것이다. 저자는 논어를 정말 좋아했을 것이라고. 공자의 발자취를 살피는 저자의 글 전체에 그러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부족했던 점을 더 까다롭게 살피고 따지고자 했던 리뷰였다. 책 전부가 오역과 근거부족으로 뒤덮였다는 의미는 아니며 배울 점도 많은 책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책들이 많을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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