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오후 2시 -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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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폄하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정식 출판물용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문체나 내용이 너무 가벼웠달까. 책에도 나와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은 작가가 웹 매거진에 연재 되던 이야기를 묶은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고 진지한 생각 없이 읽을 수는 있지만 책 소개에서 나온 것만큼 깊이 있는 성찰을 기대한다면 실망한다. (개인적으로 가볍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에 비해 책 소개는 너무 무겁게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하기에 쓴 말일뿐, 나쁜 뜻은 없다.)

하지만 책내용이 별거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책 내용중에 뉴욕에 가서는 리셉셔니트조차도 알고보면 지식인에 선생님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미국,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은 '노가다'부터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생활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과대포장으로 다가오는 뉴욕에 대해 포장 리본을 풀어 볼 계기가 되게 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린이의 이야기다. 나는 공부해서 대학가고 제대로 된 직작을 갖는 것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거고, 연예인은 조금 한탕기운이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쉽게 살려고 하지 말라는 린이의 말이 갑자기 나에게 확 다가왔다. 내 친구들도 연예인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애들이 있었고, 결국 되지 못하고 좌절하고, 그래도 또 다시 도전해보고... 이런 애들을 봤는데 왜 연예인은 쉬운 거라고 생각했을까? 중년의 싱글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딸의 이야기는 정말 막 잡은 물고기가 팔딱거리는 듯한 신선함이 전해진다. 나는 왜 고등학교 때 그런식으로는 생각 하지 못했을까, 라는 미묘한 질투와 시기가 생길 정도로.

 어떻게 보면 별거 없어 보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문체가 소박하고 꾸밈이 없어서 별거 아닌거 처럼 느껴질 뿐, 뒤로 갈 수록 작가의 고민, 일상, 딸과의 일 처럼 사소한 것들이 예쁘게 표현되고 가끔은 정말 뒤집어서 볼 수 있는 생각이 있다. 아마 글쓴이도 실제로 만나보면 처음에는 별거 아닌거 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계속 얘기하다보면 행동으로서 많은 것을 주변에 알려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책은 얇고 글도 쉬워서 공강시간에 짬짬이 읽었는데도 하루만에 책을 다 읽었다. 에세이류가 보통 그렇긴 하지만 쉽게쉽게 넘어가는 책이라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이 책 재미있다'라고 끝내가 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얻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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